[사설] 혹한에 단순 코로나 검사까지 고역 만든 K방역

조선일보 2021. 12. 2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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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주말 이틀 동안 코로나 선별 검사소를 찾은 국민들은 강추위 속에 큰 불편을 겪었다. 휴일이라 문을 닫은 곳이 많았고, 문을 연 곳도 많은 사람이 몰려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이 예사였다. 서울시의 경우 일요일인 19일 오후 2시 30분 시점에 운영 중인 선별검사소 37곳 중 9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혼잡’으로 표시된 곳이 32곳(87%)에 달했다. 18일 오전엔 질병관리청의 전자 문진표 작성 시스템까지 40여 분간 고장을 일으켰다. 시민들은 영하 4도의 매서운 추위에 눈발까지 맞아가면서 한 시간 이상을 떨면서 기다려야 했다.

지난 10월 마지막 주엔 173만명이 PCR 검사를 받았는데 지난주는 363만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그 사이 선별검사소는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러니 1분이면 될 검사를 받으려고 길게 줄을 늘어서서 기다리게 된 것이다. 일상을 희생해 가면서 정부 방역에 적극 협조해온 국민이 왜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하나. 선별검사소를 대폭 늘리고 대기 번호 시스템 등을 적극 도입해 대기 시간을 줄여줘야 한다.

위중증 환자 숫자는 19일 결국 1000명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 확진자가 50% 증가한 걸 감안하면 중증 환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말 최대 1900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병상을 늘려가고는 있지만 에크모 등 장비를 다룰 인력은 당장 보충할 수 없다. 의료 시스템이 코로나 중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에 밀려 치료받지 못하는 다른 질환 중환자의 비극도 계속될 것이다.

되돌아보면 정부가 지난 11월 1일을 일상 회복 시작일로 정한 것부터 의문이었다. 코로나 유행 확산이냐 억제냐를 가늠하는 지표인 주간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주변 몇 명을 감염시키느냐의 수치)가 당시 1.03으로, 직전 3주간 0.86~0.89에서 뚜렷이 올라가는 추세였다. 1000만명 이상 미접종자가 존재했고, 기존 접종자의 면역 능력이 약해진 시점이기도 했다. 방역을 완화하더라도 고연령층의 부스터샷을 일정 수준 올려놓은 다음이어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성인 접종 완료율이 80%를 넘어섰다는 것에만 집착해 일상 회복을 선언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빚었다.

지난 18일부터 재개된 방역 강화도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1일 확진자가 5000명을 넘었을 시점쯤이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 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결정권을 방역 전문가가 아니라 청와대가 갖는 바람에 한국은 코로나 살얼음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대선 일정을 염두에 두면서 방역 의사 결정이 왜곡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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