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유아인 "연상호 감독, 오락성 이용한 문학적 이야기꾼"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2021. 12. 1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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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무엇보다 배우 유아인과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은 무척 흥미롭다.

올해로 데뷔 19년차이니 인터뷰라면 이골이 날 정도로 해왔을 텐데 매 인터뷰마다 엄청난 양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그런데 매번 그 이야기보따리는 신선하고 흥미진진하며 그의 인생관과 배우론이 업그레이드되어 담겨 있다.

유아인이 연상호 감독 연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에서 사이비 교주 정진수 역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의 캐스팅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토를 다는 의견은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도'(2015/이준익 감독)의 사도세자를 통해 부친과 불협하는 왕세자를 통해 인간의 광기를 드러냈는가 하면 '베테랑'(2015/류승완 감독)의 막가파 재벌 2세 조태오 역으로 보기 드문 빌런을 탄생시켰다. 영화 '버닝'(2018/이창동 감독)에서는 좌절감으로 부유하는 청춘 종수 역을 맡아 삶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20대의 불안감을 표현했으며, '소리도 없이'(2020/홍의정 감독)에서는 시체 수습업자 태인 역을 맡아 대사 한 마디 없이 좌충우돌 고군분투를 펼쳤다. 단 하나의 인물에서도 유사성이나 상투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작품과 캐릭터에 있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전무결한 상태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유아인 아닌가.

그의 지난 필모그래피들을 통해 동반자적 신뢰감을 획득해왔던 관객들 입장에서는 유아인이 선보이기로 한 새로운 사이비 교주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지난달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지옥'이 공개되자 기대감은 호평 일색으로 단숨에 바뀌었다.

지난 3일 배우 유아인을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모니터 화면 너머의 그는 여전히 뜨거웠고 진지했다. 질문 하나 허투루 흘려 듣지 않고 매번 새로운 답변을 들려주려는 노력이 모니터를 뚫고 전해졌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 '베테랑', '사도', '국가부도의 날' 등 전작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는데 최근작인 '소리도 없이'와 '지옥'에서는 에너지를 안으로 끌어안는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연기 방식 차이는 제가 어떤 인물 만났느냐, 연출자 만났느냐, 어떤 작품을 만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제가 특별히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기는 하지만, 저의 흥행작들은 사실 제가 추구하는 취향에 있는 연기와는 거리가 다 있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에너제틱하고 발산되는, 강렬한 것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끌고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연기가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많이 사랑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다. 그런 부분들 안에서 조금 다른 변주를 가져가려는 노력들이 있는 것 같다. 치기 어리게 내뱉기만 하는 그런 인물들이 있다면 정진수처럼 미스테리한 베일 속에 가려진 상태로 자기 것을 다 드러내는 것이 아니고 어떤 삐져 나오는 에너지로서의 표현만, 틈 사이로 삐져 나오는 에너지 정도의 표현 정도만 가져가는 인물들도 있는 것 같다. 다른 연기방식라기보다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연기 방식을 필요로 한다는 말씀 밖에 못드리는 것 같다. 제가 이론 전공자는 아니어서 학술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 '지옥'의 세계관 속 캐릭터 닮아 있는 인물을 고르라면 누구인가.

▲ 사실 배영재에 가깝다. 불만 많고 티껍고 뭔가 아니꼽고 곧이 곧대로 듣지 않고 뭔가 의심해보고 하는 성격이 배영재와 좀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확 든다.(웃음)

- 해외 감독 중 가장 함께 해보고 싶은 감독은.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에 박정민 배우와 함께 출연하고 싶다. '유아인, 드니 빌뇌브 감독과 작업하고 싶어'라고 쓰셔도 좋을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님 중 한분이다.

-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

▲ 생각이 매일 바뀐다. 어느 날은 배우로 살아서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인생이 어디 있나 싶다. 반면 어느 날은 배우로 살아서 괴롭다기보다 이 수많은 인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표현해내고 하는 과정 속에서 정작 나에 대해 찾고 구하고 뭔가 만들어내고 성장시키는데 너무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것 아닌가 싶다. '나를 던진다'는 이야기를 배우들이 많이 하지않나. 나라는 것을 작품 속에 던지는 게 아니고 나라는 것을 어딘가에 내팽개쳐 버리고 작품 속에서 다른 것이 되기 위한 삶을 계속 살아가면서 정작 내 자신이 어디 있는 지 모르는 것 같은 기분을 종종 느낀다. 지난 작품 인터뷰때 '배우로 살아서 너무 좋다 행복하다'고 말씀 드렸는데 요즘은 방금 말씀드린 후자의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 여러 차례 남우주연상을 휩쓸었고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30대 배우 중 한 명이다. 수많은 감독들이 함께 싶어하는 배우 중 1순위이기도 하다. 반면 그에 따르는 무게감도 크게 느낄 것 같다. 어떻?이겨내고 있나?

▲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걸 여러분들도 잘 아시지않나. 저는 계속 떨리고 긴장되고 계속 무섭고 공포스럽다.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 자체를 힘으로 치환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습득해가고 있고, 연기 현장에서 작업 현장에서 제 연기를 펼치는 것 자체에 집중한다. 이겨내려고 하지 않고 생각을 안하려고 한다. 다 떨쳐내고 내가 하는 일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즐기고 무섭고 공포스럽고 이런 것들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

배우로서 기대감을 드리고 싶고 믿음을 드리고 싶지만 또 한 편으로는 기대를 깨버리고 싶고 믿음을 깨버리는 표현을 해버리고 싶다. 계속 그런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비교적 젊고 비교적 어린 배우로서, 이런 시각 속에서 여러 시간을 살아 봤는데 기왕이면 그런 말들이 계속 잘 어울리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뭔가 정답을 내놓는 사람이고 완성형의 느낌을 주는 사람, 혹은 배우이기 보다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계속해서 다음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그런 젊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로서 살아가고 싶다.

- 20대 당시와 30대가 지금의 유아인은 어떤 점이 다르고 또 같은가.

▲ 선명함이 많이 희석된 것 같다. 그말인즉 희미해졌다는 거다. 그 느낌이 저한테는 조금 더 진실되게 느껴져서 그런 과정에 진입하게 된 것 같다. 선명하게 마침표를 딱 찍어서 뭔가를 꺼내 보이기보다는 희미함 속으로, 모호함 속으로 점점 빠져 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전한 건 정말 소심하다는 점인 것 같다.

-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30대의 모습은?

▲ 10대와 20대 때 했던 생각으로 나라는 존재가 계속 생존해 있고 살아간다면 기성 세대에 가까운 인물이 되기도 하고 30대가 되기도 할텐데, 그렇게 된다면 내가 느끼던 부정적인 기성 세대의 관성에서 벗어난 존재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기 위한 노력들이 사람을 참 이상하게 만드든다는 생각도 한다. 나로서 솔직한 삶을 살고, 나로서 솔직한 표현을 하고 내 마음의 끌림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 아니고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면서 '나라는 것이 무엇이다'를 결정 짓지 못하는, 확정짓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다. 이게 솔직한 삶인 것 같으면서도 그다지 편하지 않은 그 정도의 선택인 것 같다.

- 2007년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인터뷰 당시 목표에 대해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다. 30대 때도 여전히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그 꿈을 이뤘는데 그렇다면 다음 스텝은 무언가.

▲ 생존을 이룩했고 직업 전선이 이상무인 상태 자체를 감사히 여기고 자축할만한 것 같다. 하지만 모르겠다. 어떤 도전, 성장 이런 것들이 삶의 키워드고 중요한 비전이었는데 사실 그 자체가 요즘은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 스스로도 강박이라고 여길만큼 버겁기도 하고 무겁고 부담스러운 상태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것 이상으로 제 자신을 못살게 굴면서 살아온 측면이 있다. 이제는 조금 나를, 물론 나를 태워야 살아지는 삶이겠지만 저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지 않고 저 자신을 살려 내면서 생명력 있게 연기하는 배우로 살고 싶다. 생명력 있게 현장에 임하는 배우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억지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지옥' 시즌2가 제작된다면 바라는 것은?

▲ 무조건 정진수의 부활이다.(웃음) 부활을 할지 안할지 모르겠으나 개인적 입장에서는 정진수의 부활만을 바라고 있다.

- '지옥'은 공개 하루만에 전세계 넷플릭스 1위에 오를 정도로 글로벌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작품을 만든 연상호 감독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지옥 연상호의 강점, 연상호만의 창작을 위한 무기

감독님은 연구 대상인데 최대의 장점으로 제가 느낀 부분은 작품으로 보자면 아주 오락성이 짙은 작품의 형태감을 가져가면서 그 안에 아주 두텁지 않은 레이어 안에 메시지와 자신의 의도를 깔아 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게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굉장히 수위 조절을 잘 하면서 한 작품을 끌고 가는 힘 같은 것을 느꼈다. 너무 트위스트가 심하고 깊이 뭔가를 숨겨 놓고 모호하게 모든 것들을 처리해버리는 그런 방식의 연출도 있겠지만 연상호 감독님의 연출 방식은 상당히 대중적이고 그렇다고 오락성에만 치중되지 않는, 오락성을 이용한 어떤 문학적 이야기꾼이라고 할까. 그런 점을 옆에서 느낄수 있었고 그게 연상호 감독이 가지신 최대의 장점 아닐까 생각한다.

-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 등의 촬영을 마쳤고 '서울대작전'을 촬영 중이다. 내년 선보일 차기작들에 대한 기대도 크다.

▲ 내년에 선보일 작품들은 그동안 제가 보여드렸던 모습 중 가장 유쾌하고 밝은 모습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장 친근하고 가장 웃긴 모습이 될 것 같다. 전체적 작품 필모그래피 틀 안에서 그 정도 조율을 하면서 선택한 작품들이다. 저에게는 도전이었던 것 같다. 유쾌하고 재미있게 즐겨주실만한 작품으로 인사 드리겠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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