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연구진, 흙 속에 묻으면 분해되는 종이 배터리 개발

이정호 기자 2021. 12. 1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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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셀룰로오스 함유 소재에 전극 인쇄
유연성 좋아 폴더블폰에 활용 전망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이 개발한 종이 배터리가 소형 선풍기를 작동시키는 모습. 이 배터리는 흙 속에 묻으면 한 달 안에 미생물에 의해 완전 분해된다. 난양공대 제공

싱가포르 연구진이 흙에 묻으면 자연 속 미생물에 의해 한 달 안에 분해되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특수 종이에 주로 아연을 발라 만든 이 배터리는 유연성도 뛰어나 각종 휴대용 전자기기에 활용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15일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은 매우 얇은 두께의 생분해성 아연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배터리는 식물세포벽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다량 함유한 종이에 끈적이는 고분자 물질인 하이드로젤을 코팅하듯 바른 뒤 양면에 전극을 인쇄해 만들었다. 연구진이 시험 생산한 배터리는 가로·세로 4㎝이고, 두께는 사람 머리카락의 두 배 정도인 0.4㎜이다. 크리스마스 실과 크기나 두께가 비슷하다.

이 배터리의 가장 큰 특징은 다 쓰고 나면 자연에서 저절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흙 속에 묻으면 한 달 안에 미생물에 의해 완전 분해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플라스틱처럼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거나 분해가 어려운 물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성능도 만만치 않다. 연구진이 시험 생산한 배터리는 소형 선풍기를 45분 동안 돌렸다. 아직 충분치는 않지만, 환경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확보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 배터리는 몸체가 구겨지거나 잘려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유연성이 소비자들이 이미 널리 쓰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을 이끈 판홍진 싱가포르대 교수는 “분해가 일어나면 전극 물질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며 “음극에 쓰이는 니켈이나 망간은 천연 광물에 가까운 형태로 남고, 양극에 들어가는 아연은 자연적으로 산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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