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서 또 확진, 또 검사"..꽁꽁 언 채 2시간 줄 서기도

유선희 기자 2021. 12. 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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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주말에도 '북적'

[경향신문]

질퍽한 길에서 눈 쌓인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19일 오전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코로나 검사만 벌써 10번
이제는 놀랍지도 않네요”
주말 문 여는 진료소 적어
시민들 기다림 더 길어져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또 확진자가 나왔다네요. 아이는 벌써 열 번 정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어요. 이젠 놀랍지도 않아요.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게 더 힘들어요. 조금이라도 빨리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일찍 나왔는데 눈까지 내려서 오는 데 힘들었어요.”

19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김성순씨(39·서대문)가 씁쓸하게 웃었다. 코로나19 검사를 막 마치고 나온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눈에 눈물이 찔끔 맺혀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역 앞 임시선별검사소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섰다. 전날 내린 눈이 얼어붙은 인도에서 패딩점퍼에 목도리, 장갑으로 무장한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렸다.

패딩모자까지 뒤집어써 두 눈만 빼꼼히 드러낸 반경준씨(57)는 “서울역은 다른 검사소보다 의료진이 많아 대기시간이 짧을 것 같아 이곳으로 왔다”며 “지난 금요일(17일) 직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검사를 받았는데, 밀접접촉자가 추가 확진됐다고 해서 오늘 또 받으러 왔다. 이젠 검사를 받는 것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판”이라고 했다. 대기줄에 서 있던 옥기섭씨(73)가 “나도 벌써 네다섯 번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두 시간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고 거들었다.

오전 10시부터 검사가 시작된 서울 성북구청 앞 임시선별검사소에도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검사가 시작된 지 40여분 만에 8m 정도의 줄이 5바퀴를 돌고도 그 뒤로 30여m의 대기줄이 늘어섰다. 이곳에서 검사를 받으려면 최소 1시간은 대기해야 했다.

코끝이 빨개진 이모씨(78)는 “신설동에 사는데 인근 임시선별검사소는 주말에 운영하지 않아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물어물어 왔다. 해가 나니까 괜찮은데 그래도 가만히 서서 기다리려고 하니 좀 춥다”고 했다. 이씨는 전날 남편이 뇌경색으로 또 쓰러져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백신을 맞았어도 코로나19 음성확인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검사소를 찾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온 김성윤씨(40)는 “아들이 축구를 하는데 연습경기를 뛰려면 매번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해서 한 달에 두세 번은 받고 있다”며 “요즘에는 검사를 받기 위한 대기시간도 오래 걸리고 날씨도 많이 추워서 아들이 그저 안쓰럽다”고 했다. 쌓인 눈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김씨 아들은 두 귀가 빨개졌는데도 “안 춥다. 괜찮다”며 웃었다.

오후에 날씨가 풀리면서 대기줄은 더 길어졌다. 주말이라 오후 늦게까지 문을 여는 검사소가 많지 않아 서울역 앞 임시선별검사소에 사람이 더 몰렸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서울역 입구부터 전시관 ‘문화역서울 284’까지 100여m 거리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줄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보건소 직원은 “이곳은 오후 6시까지 운영하기도 하고 날씨도 조금 풀려 평소보다 인원이 더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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