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자 3만명 넘어 '돌발' 상황 빈발..'구급차 출산'도

[경향신문]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19일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세계 주요국들이 속속 봉쇄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접종(3차 접종)을 한 이후에도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가 국내에서도 확인됐다. 거리 두기 4단계 수준으로 방역이 강화된 첫 주말, 위중증 환자 수가 이틀 연속 1000명대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넘은 건 지난해 1월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거리 두기 강화로 확보한 2주간 병상·인력 확충과 더불어 최근 확대된 재택치료 환자에 대한 진료 강화 및 다양한 치료제 확보 등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6236명으로 닷새 만에 7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전날 주말인데다 눈이 내리면서 검사소를 찾는 사람이 줄어든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 수는 18일 1016명으로 처음 1000명을 넘어섰고, 이날도 102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방역당국은 이틀 연속 1000명대 위중증 환자가 나온 데 대해 이날 “코로나19 환자 급증 시 인력 및 장비 등 의료자원 수요도 증가해 응급실 등 일반환자 진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반환자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환자 증상발생 20일 후 격리해제, 호전된 환자의 전원 조치 등 병상의 효율적 운영·관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중증 환자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정부가 최근 수차례 행정명령을 통해 병상을 추가 확보하고 있음에도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9.1%(수도권 85.9%)에 달한다. 인력 확보 문제도 있고, 일반 중환자 치료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병상을 무한대로 늘릴 수도 없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계속 이행하려면 확진자 규모 대비 위중증 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 정부는 거리 두기로 신규 확진 규모를 줄여 위중증 환자 수를 줄이고, 3차 접종률을 올려 중중화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재택치료 시스템을 개선·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재택치료자는 3만1794명이다. 이달 1일만 해도 1만명대(1만174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재택치료 비율은 11월4주 평균 31.4%에서 12월2주 58.9%로 증가했다. 이에따라 재택치료 중 ‘돌발’ 상황도 빈발하고 있다. 경기 양주에서는 전날 새벽 재택치료 받던 임신부가 전담 병상을 구하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출산했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 급증에도 환자가 찾아갈 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재택치료 환자가 증상에 따라 진료·치료를 받을 수 있는 단기·외래진료센터를 병원과 협의해 설치 중인데 현재 수도권 18곳, 비수도권 24곳에 설치가 완료됐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호흡기 질환자들은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재택치료 중 중환자 발생을 줄이려면 재택에 대기만 하도록 둘 게 아니라 한 번은 의사 진료를 받고, 증상에 따라 가까운 동네의원에서도 항체치료제 투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제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이날 “정부가 재택치료를 고려해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확보에 치중하고 있는데, (정부가 선구매 계약 진행 중인) 머크사의 치료제는 임신부에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해외에서는 (국내 사용 중인) 렉키로나주와 소트로비맙 등의 다양한 항체치료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정부도 치료제를 다양하게 확보해 환자 맞춤 치료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위협은 보다 다양화되는 모습이다. 이날 국내에서도 추가접종을 한 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사례가 4건(국내 발생 2명, 해외 유입 2명) 확인됐다. 이중 해외에서 입국한 2명은 얀센 백신으로 1차 접종 후 추가접종을 한 사례다. 방대본은 4명 모두 현재 경증 상태라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전날 해외유입으로만 12명(미국 6명, 영국 4명, 가나 1명, 탄자니아 1명)이 추가돼 누적 178명이 됐다. 영국 보건당국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 위험을 7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