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맞지 말라고 했는데".. 방역패스 적용에 갈 곳 없어진 백신 미접종 임신부
산부인과 의사의 권유로 백신 접종을 미뤘는데, 임신부가 방역패스 대상에 포함되면서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졌어요
둘째 아이를 임신한 지 8주가 된 신모(34)씨는 “산부인과 의사가 백신을 가급적이면 접종하지 말라고 권고했고, 백신 접종 담당 의사 역시 접종을 거부했다”며 “그런데도 보건소에서는 방역패스 예외 증명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해서 사회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접종증명 음성확인제(방역패스)’ 대상에 임신부도 포함되면서 임신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주일의 계도 기간이 끝나고 방역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백신을 접종 하지 않은 임신부는 외출조차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의 임신부들은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유예 권고를 받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이 때문에 임신부는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임신부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주요 FAQ’를 발표해 “코로나19 백신에는 임신부나 발달 중인 태아에게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또한 임신기간 중 어느 시기든지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국, 이스라엘 등 우리나라보다 먼저 임신부 접종을 시행한 국가의 자료를 토대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임신하지 않은 여성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된다”며 “분만 시 조산, 유산, 기형아 발생률은 코로나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임신부와 동일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초기임신부(12주 이내)는 접종 전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진찰 후 접종 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가슴 통증, 압박감, 불편감, 호흡곤란, 호흡 시 통증,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두근거림,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담당 산부인과 의료진의 진료를 반드시 받으라고 밝혔다. 정부도 일부 임신부에게는 백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행된 방역패스에서는 임신부의 백신 접종에 예외를 두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백신 접종을 미루라는 권고를 받은 임신부도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부 강모(30)씨는 “1차 백신 접종을 한 뒤에 숨이 가빠지는 현상이 있어서 불안감에 2차 백신 접종은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보건소에서는 방역패스 예외 증명서를 발급해줄 수 없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16일 정부가 거리두기 조정방안을 발표하면서 18일부터는 백신 미접종 임신부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당초 6인 이하의 사적모임 인원 중 1명까지는 백신 미접종자가 포함될 수 있었지만, 이번 방역강화 조치로 식당·카페의 경우 미접종자는 혼자 이용하거나 포장·배달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위해 오는 산모들을 받는 의사들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의사는 “임신부에게 접종을 권유했다가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접종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확답을 줄 수는 없고, 전적으로 산모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임신부들도 상당수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임산부와 난임치료자는 백신패스 면제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임산부에 대한 임상 정보가 없기에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의약품을 강요하는 것은 국가의 무분별한 인권 침해”라며 “부득이하게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임산부와 난임치료자들에게 백신 강요와 국가적 차별을 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17일까지 7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일부 산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백신을 접종하고 유산을 했다는 주장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유산을 했다고 주장하는 한 산모는 “임신인 줄 모르고 2차 접종까지 완료했는데, 병원에서 아이 심장이 안 뛴다고 하더라”며 “둘째까지 출산했는데, 백신이 원인이 아닐까 마음에 걸린다”고 밝혔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자 임신부 접종률은 여전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백신을 접종 한 임신부는 1차 2055명, 2차 1149명에 불과했다.

임신부들은 백신에 대한 두려움과 방역패스로 인한 불편함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선 임신부를 위한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불안하면 병원 응급실에서 백신을 맞으라는 말이나 하고 있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단순 알레르기 반응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어서 백신 접종을 거부 당한 임신부일지라도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 발급이 어렵다”며 “중형 병원 응급실에서 접종을 하면 백신 접종을 하고 응급상황이 오더라도 바로 대처가 가능하니 그곳에서 맞을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이 올 수도 있으니 응급실에서 맞으라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초기 임신부가 백신을 접종해도 되긴 하지만 정확한 지침이 없다. 의사들도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모르고, 안정성 때문에 아이가 다 큰 시점인 임신 3기에 맞으라고 권유한다”면서 “현재 지침상으로는 임신부가 사람 많은 곳을 피하는 방법이 최선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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