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린 게 포르쉐" 타기 싫어서?..'업무용 슈퍼카', 대박 속사정 파악해보니[세상만車]
슈퍼·럭셔리카 10대중 8대 법인
"난 달라" 스놉 효과에 판매증가
국세청이 지능적 탈세와 불공정 탈세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 10월 인플루언서, 숙박공유업자, 공직 출신 변호사·세무사 등 전문직, 고액 재산가 등을 대상으로 세금 탈루 조사를 벌여 조사 대상자 74명을 선정했다.
지난달에는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이용하거나 고급 주택을 구입하는 등 기업을 사유화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회사가 업무용으로 사용하겠다고 금융회사에서 빌린 차를 개인이 사적으로 이용하는 '회사 찬스', 회사 운영자가 법인 명의 차량을 자녀에게 제공하는 '아빠·엄마 찬스'는 국세청 단골 적발 소재다.
이유가 있다. 국가가 세법 테두리 안에서 업무용으로 적법하게 사용하라며 제공한 혜택을 법인이 악용하면 '나라 살림' 조세제도의 근간인 '형평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업무용으로 쓰지 않을 법인 명의 차량을 개인이 정해진 용도 외에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다.
조세 형평성도 깨진다. 탈세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유리지갑' 국민들을 우롱한다. '세금 도둑'이라고 지탄받는 이유다.
국세청은 매년 슈퍼카(고성능 스포츠카 포함)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회사·아빠 찬스'를 적발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 적발 건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과장이 아니다. 업무용으로 쓰기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슈퍼카 10대 중 8대 이상이 법인 명의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단, 업무용으로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법인 슈퍼카라도 적법하게 사용하면 탈세가 아니라 절세에 해당한다.
올 1~11월 수입차 전체 등록 대수는 25만2242대다. 이 중 법인 등록 대수는 9만1707대다. 법인 비중은 36.3%다. 수입차 판매 1위 벤츠와 2위 BMW의 법인 비중은 각각 48.4%와 36.8%다.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만 따로 살펴보면 법인 비중은 2배 이상 증가한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3개 브랜드의 전체 등록 대수는 1018대, 법인 등록 대수는 853대다. 법인 비중이 83.7%에 달한다.
슈퍼카 대명사인 람보르기니의 경우 등록 대수 323대 중 275대가 법인 명의다. 법인 비중은 85.1%에 달한다.
'오픈카' 람보르기니 우라칸 스파이더의 경우 31대 모두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법인 비중 100%다.
역시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는 484대 중 386대가 법인 명의다. 법인 비중은 79.7%다. '2도어 슈퍼카'로 볼 수 있는 벤틀리 컨티넨탈 GT는 110대 중 81대가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법인 비중은 73.6%다.
'준슈퍼카 브랜드' 포르쉐의 법인 비중은 62.4%다.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보다 낮다. 대신 법인 등록 대수가 압도한다. 8167대 중 5100대가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대신 법인 등록 대수가 급증했다. 람보르기니는 2018년 법인 대수가 10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75대에 달했다.
벤틀리는 170대에서 386대, 롤스로이스는 113대에서 192대로 많아졌다. 포르쉐는 2674대에서 5100대로 급증했다.
영화 '미나리'로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수상소감으로 유명해진 "고상한 체하는(snobbish)"에 나온 그 '스놉'이다.
스놉 효과는 특정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값이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비싼 돈을 주고 산 명품 옷이라도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더 이상 그 옷을 입지 않는 게 스놉 효과에 해당한다.
서울 강남에서는 현대차 쏘나타처럼 많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강남 쏘나타'가 렉서스 ES에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로 옮겨간 것도 스놉 효과다. 도로에 벤츠와 BMW가 많아지면서 포르쉐 선호도가 올라간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적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하면서 명품 선호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와는 다르다.
포르쉐는 처음엔 스놉 효과, 나중엔 밴드왜건 효과에 힘입어 판매 대박을 일으킨 셈이다.
수입차 업계 일각에서는 KAIDA가 집계하는 법인 명의에 개인이 리스하거나 렌트한 차량도 많다며 통계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법인 명의 차량을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무늬만 법인차'로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됐다는 근거로 이 오류를 내세운다. '회사·아빠 찬스' 비난에 대한 항변인 셈이다.
실제 KAIDA 법인 명의 통계에는 사업자 대상인 운용 리스 차량은 물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리스 차량과 렌터카도 포함된다.
단,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리스는 절세 효과가 작다. 명의만 금융회사로 돼 있는 할부 개념이다. 이자는 차량 가격 전부를 기준으로 월 이용료를 내고 차량을 빌린다.
유지비, 관리비 보험료, 취득세를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계약 만기 때는 차량을 반납할 수 없고 인수해야 한다.
금융 리스에서 파생된 유예 리스도 있다. 월 납입금은 적지만 추후 목돈이 들어간다. '카푸어'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는 상품이다.
다만 법인비중에 월 납입금이 적은 유예 리스가 상당부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고가 수입차를 타고 싶지만 목돈이 없는 구매자들이 선호해서다.
장기 렌터카는 '하·허·호' 등 '빌린 티'가 나는 번호판을 적용받기 때문에 슈퍼카·럭셔리카 이용자들이 꺼린다.
'억대' 법인 명의 수입차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고 '찬스' 문제를 일으키는 상품은 법인 리스인 운용 리스다. 리스료와 관리비를 비용 처리할 수 있어서다.
이득은 또 있다. 리스를 이용할 경우 차량은 리스사 명의가 돼 이용자에겐 국민연금,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공채가 제일 저렴한 지역에 차량을 등록하기에 공채 청구 금액도 없다.
리스료를 법인 비용으로 넣어 매출에 비해 순이익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세금이 줄어든다.
수입차 업계는 국회와 시민단체에서 '무늬만 법인차'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법인 명의 모두가 법인 리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금융 리스와 유예 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법인 리스보다 높은 차종들도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법인 리스와 금융 리스 비중을 파악할 근거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이를 두고 법인·금융·유예 리스 비중이 밝혀지고 금융·유예 리스가 생각보다 많다면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는 말이 나온다.
수입차 금융·유예 리스의 비싼 이자와 수수료, 카푸어 양산 등이 사회문제가 될 수 있고 법인 리스 악용 사례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차량 판매보다는 금융 상품을 통해 고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 명의 공개 여부는 '뜨거운 감자'이자 '판도라의 상자'라는 얘기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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