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씹고 뜯고 맛보며 즐기는 수학의 매력

홍아름 기자 2021. 12.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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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스토리텔러 최정담
KAIST 전산학부 학생이자 《발칙한 수학책》 저자 최정담 씨. 수학동아DB

같은 차라도 다양한 맛과 향이 있는 것처럼, 수학에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여러 ‘맛과 향’이 있다고 말하는 작가가 있다. 주인공은 블로그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책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학의 매력을 설명하는 최정담 씨다. 그는 지난 7월 어렵고 따분하게만 느껴지는 수학을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이야기로 엮은 《발칙한 수학책》을 냈다. KAIST 전산학부 학생이자 피아노 연주와 산책, 디저트를 좋아하는 평범하고도 조금 특별한 20대를 만났다. 

Q. 수학을 재밌게 소개하는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A.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어느 날 학원에서 ‘삼각비’를 배웠는데, 삼각비를 알면 각도기와 줄자만 가지고 고층 빌딩의 높이를 구하거나, 도형의 면적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일기를 쓰듯 블로그에 삼각비를 설명하는 글을 써서 올렸어요. 뭔가 대단한 것을 배운 것 같아 학습한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쓴 글이었는데, 며칠 후에 보니 블로그 방문자 수가 100명이 넘어 있었어요. 몇몇 분은 삼각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댓글도 남겨줬지요. 초등학생 때까지 만난 친구들보다 훨씬 많은 100명의 사람이 내 글을 보고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뿌듯해 그때부터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어요.

Q. 지금은 다양한 형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고등학교 때는 조금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었어요. 줄글 형식에서 벗어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고민하다 이미지와 함께 짧은 글을 쓰는 ‘카드뉴스’ 형식을 떠올렸고, ‘유사수학 탐지기’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신기한 수학 개념을 이미지와 밈(meme·재미있는 사진, 영상 등이 빠르게 퍼져 유행이 되는 현상)을 곁들어 설명하는 방식이었지요. 이것 역시 반응이 뜨거웠고, 어느덧 한국의 수학 분야 페이스북 페이지 중 가장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수학 개념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충격을 받았던 수학 개념이 있어요. 바로 0.999…가 1과 정확히 같은 것이었지요. 당연히 0.999…는 1보다 작을 것으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이 사실은 모든 수학자가 인정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어요. 가장 쉬운 증명법은  1/3=0.333…의 양변에 3을 곱하는 거예요. 어렵고도 엄밀한 증명법은 ‘실수의 완비성 공리와 엡실론델타 논법’을 사용하는 거고요.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워서 수학 관련 커뮤니티에서 잊을 만하면 이 개념이 회자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질문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0.999…가 1인 이유를 50장짜리 카드뉴스로 정리해 유사수학 탐지기에 올렸습니다. 특히 모든 내용을 요약한 마지막 컷은 ‘’ 논쟁이 나올 때마다 댓글에 달리는 밈이 되었어요. 그래서 가장 인상 깊습니다.

 

Q. 수학의 매력을 알게 되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A. 저는 퍼즐을 푸는 것을 좋아해요. 특히 논리 퍼즐과 방탈출 퍼즐, 루빅스 큐브를 좋아하지요. 오랜 고민 끝에 해답에 향하는 실마리가 보이는 순간 느껴지는 쾌감이 너무 좋습니다. 어렸을 때 제가 수학을 좋아한 이유도 어려운 수학 문제와 그 논리에 몰두하다가 불현듯 찾아오는 ‘아하 모먼트’가 너무 즐거웠기 때문이에요. 아하 모먼트는 몰랐던 걸 이해하게 되는, 문득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했던 순간과 비슷합니다.

최 작가는 "수학 문제는 ‘근사한 퍼즐 게임’과도 같았다”며 "연필과 공책만으로도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최 작가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고등학교와 대학 입시 수학 시험에서 확률 문제를 잘못 이해해 풀고, 계산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매번 확률과 통계 문제에서 실수를 했다. 평소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한 수학에서 실수하니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수학에서 위기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A. '어떤 걸 좋아하기 위해 반드시 잘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봤습니다.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도 수학을 좋아할 권리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항상 나보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꼭 성적을 위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시험 결과에 얽매이지 않으며 수학을 즐기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학 시험을 망쳤던 일들을 계기로 실수를 태연하게 받아들이게 됐고, 수학 공부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 즐기게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KAIST에서 수학과가 아닌 전산학부로 진학했습니다. 자유롭게 수학을 즐기기 위해서였어요.

Q. 앞으로 수학 스토리 텔러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까.

A. 수학 스토리텔러로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수학이 단순한 숫자 놀이가 아니라, 궁극적인 질문에 다가가는 열쇠라는 사실을 알리는 겁니다. 두 번째는 철학, 과학, 신학, 예술 등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 사이에서의 수학 이야기를 전하는 일입니다.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고틀로프 프레게는 ‘모든 수학자의 절반은 철학자이고, 모든 철학자의 절반은 수학자다’라고 말했습니다. 수학이 철학 등 여러 분야와 함께 탐구할 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더 많은 사람과 이를 나눌 예정입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12월호, [수학 고민 상담소 수담수담] 씹고 뜯고 맛보며 즐기는 수학의 매력을 알려드릴게요!

[홍아름 기자 ar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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