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창업 6년만에 국내매출 1600억.. "IT서비스 세계 최강 될 겁니다"

안경애 2021. 12. 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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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관리 서비스분야 고속성장
최대 시장 美 포함 해외 8개국 진출
티맥스소프트 인수전 참여 주목받아
에너지·통신 등 산업현장 특화 주력
우수 인재 확보 글로벌 확장 잰걸음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D파이오니어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글로벌 공급망 문제만큼이나 IT서비스 공급망도 망가졌다. 엔지니어가 없다. 단기나 중기로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시장은 디지털 인력을 요구하는데 국내 교육기관들은 엉뚱한 것을 가르친다. 우리 업계의 공급망 정상화는 학계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인력 실종'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시작한 회사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창업한 이 회사는 설립 6년여 만에 국내 매출만 약 1600억원에 직원 900여명 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8개 국에 진출해 12개 오피스를 두고, 3000개 이상 고객을 확보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 진출해 고속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인재 확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대학생 대상 채용연계형 교육을 하고, 신입사원을 키우는 동시에 베트남,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젠 등 전 세계에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인재와 킬러 솔루션을 무기로 국경 없는 시장 개척이 가능한 클라우드를 도약대로 IT서비스 업계 세계 최고 강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설립 6년여 만에 세계 8개국 진출=이 대표는 대단한 공격형 경영자다. 26살이던 1998년 미국에서 창업한 웹호스팅 기업을 2014년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경험한 이 대표는 클라우드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다음해 10월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했다.

회사는 메가존클라우드와 국내 양대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기업)로서, 이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냈다. 전방위적인 협력과 투자, 적극적인 솔루션 개발을 병행하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을 무대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 SW(소프트웨어) 기업이면서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티맥스소프트 인수전에 유일하게 전략적 투자자로 뛰어들어 주목받기도 했다.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외 클라우드 기업들이 개발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기술 유통자'에서 벗어나 '기술 생산자'가 되겠다는 게 이 대표의 의지다. 다만 IT기술 국산화 논리에 치중하기보다는 세계가 맞닥뜨린 공통적인 문제들을 푸는 데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클라우드 시대 기술 생산자 되겠다"=그는 "한국이든 미국 기업이든 같은 산업을 하고 있다면 겪는 문제가 비슷할 것이다. 그것을 푸는 SW를 만들고 클라우드에 올려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공급하겠다"면서 "국산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클라우드 산업을 일으켜서 기술의 생산자가 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솔루션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IaaS(인프라 서비스) 중심에서 PaaS(플랫폼 서비스), SaaS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세 분야의 경계는 점점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전망이다.

◇"애플리케이션 경쟁력이 열쇠"=그는 "모든 게 코드화(As a Code)되고 서비스되면서 고객은 필요할 때 원하는 것만 가져다 쓰면 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SaaS(SW서비스) 형태의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인 '옵스나우'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옵스나우는 △클라우드 비용과 자원을 관리하는 핀옵스 △클라우드 환경에서 개발과 운영 자동화를 지원하는 데브OS △IT 운영에서 발생하는 인시던트를 전달하는 얼럿나우 △챗옵스(ChatOps)를 바로 생성해 운영할 수 있는 헬프나우 AI △클라우드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의 보안을 지원하는 섹옵스(SecOps) 등으로 구성된다.

이 대표는 "SW 중에서 특히 고객서비스를 자동화하는 챗봇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근 내놓은 헬프나우 AI는 고객이 챗봇을 직접 개발하게 해 주는 SaaS"라면서 "클라우드 상에서 고객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도와주는 툴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아직 강자가 없는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은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산업 특화 클라우드 서비스 육성=AWS, MS, 구글 등이 제공하는 보편적 클라우드와 병행해 특정 산업 특화 클라우드도 키워갈 계획이다. 에너지, 전력, 통신 등에 특화된 SaaS를 통해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과 혁신을 돕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결국 애플리케이션을 바꾸지 않는 클라우드 도입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처음부터 클라우드에 맞춰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와 코드를 바꾸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해 왔다. 이 산업이 무궁무진한 가치를 가지는 게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계의 소스코드를 다 바꿔야 하는데 얼마나 할 일이 많겠는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면 수백만개 일자리가 이 시장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산업특화 클라우드 기업들이 성장하면 1조 매출 기업 100개, 5000억 매출 기업 수백개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끊임 없는 협업·투자·인수 해 나갈 것"=클라우드는 단일 솔루션이나 서비스로 승부를 보기 힘든 영역인 만큼 이 대표는 끊임 없이 협업과 투자, 인수 대상을 찾고 있다.

이 대표는 "SW, 컨설팅, 특정 도메인 특화 서비스 기업과 해외 거점 관련 기업을 인수하려 한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계속 늘려 갈 것"이라며 "국내 기업 중 매력적인 곳들이 있고, 대화를 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액센츄어만 해도 수시로 인수합병을 하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백개 기업을 인수하며 성장해 왔는데 국내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잘 안한다"는 이 대표는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은 사든지 팔든지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게 고객과의 관계를 뚫는 것인데 회사를 사면 그게 해결된다. IBM도 HPE도 그런 방법으로 거대해졌다"고 말했다.

◇"액센츄어 같은 기업 국내에도 있어야"=국내 B2B IT 시장을 주도해온 SI 기업 인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농담을 섞어 "삼성, LG, SK를 다 묶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액센츄어는 연 매출 60조에 기업가치가 280조에 달하고, 직원은 60만명에 달한다. 인도 SI기업인 TCS는 액센츄어와 비슷한 규모다. 인도 SI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년 1500조를 번다"면서 "그런 산업이 한국에 몇 개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SI가 그걸 해야 한다. 직접 기업과도 얘기하고 있다"말했다.

SI기업은 경쟁상대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협업 파트너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과거에는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을 세웠다면 이제 시장 수요가 너무 많고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가장 큰 경쟁자는 레거시 IT에 머무르려는 고객"=그는 "수요가 너무 많아도 문제다. 서로 협업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기업 혁신은 누가 독점해서 할 아이템이 아니다.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면 여러 기업이 뛰어들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SI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끼어들 틈이 생기는 거다.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는 레거시 IT에 머무르려는 고객"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네이버, 카카오와도 클라우드 사업에서 활발하게 협력한다. KT, 아이티센과도 협력 중이다. 특히 중견 SI기업과의 협력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미국 시장이 가장 쉽다"=베스핀글로벌은 전체 매출의 2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고, 3년 내에 50%로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 기회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클라우드의 특성상 엔지니어들은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에는 영업조직만 있으면 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현지 파트너 없이 이 대표가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접 뛰고 있다. 최근 미국을 자주 오가며 직접 사업을 챙기고 있다.

그는 "미국 시장이 가장 쉽다. 매출이 발생한 지 1년도 채 안 됐는데 매출과 이익 성장이 가장 빠르다. 국내 모든 엔지니어를 미국 사업에 투입해도 모자랄 정도다. 대기업·중견기업·스타트업 가리지 않고 클라우드를 채택하고 합당한 비용을 치른다"면서 "한국 시장보다 여건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고객들은 클라우드 경험과 지식이 많다 보니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한국 엔지니어들은 실력이 좋다. 현지 엔지니어 없이 국내에서 기술서비스를 다 제공하고 있다"면서 "컨설팅, 테스트 모두 한국에서 비대면으로 한다. 리모트에서 일하는 게 매우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성장이 우선"=회사는 고속 성장하고 있지만 적자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점유율 경쟁 때문에 해외 기업에서 비싸게 사 와서 밑지고 파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외연만 키우자는 전략이 아니다. 외형과 내실의 균형이 필요하다. 다만 연 100%씩 크는데 성장을 공짜로는 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언제든 성장을 그만하겠다고 하면 바로 영업이익이 난다. 영업이익률 30% 정도는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 100% 성장이 가능한 B2B 사업 영역은 많지 않다. 처음 사업계획 수립 시부터 계획한 적자"라고 말했다.

◇"내년은 해외 진출 더 확실히 할 것"=회사는 일본에서도 현지 MSP 서버웍스와 손잡고 합작법인 지젠을 설립해 10월부터 구글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다.

930개가 넘는 서버웍스의 고객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일본도 엔지니어가 부족하다. SI 인력이 다 동났다"는 이 대표는 "반도체 소·부·장으로는 싸울 수 있어도 IT는 한국 기업이 해도 상관없다. 특히 클라우드는 원격에서 서비스하면 되니 전혀 걸림돌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프로젝트 참가를 위한 제안서 작성 비용을 주고 PoC(기술검증)도 대가를 주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 대표는 "제안서를 썼다고 돈을 주는 곳은 처음 봤다. 국내에서는 서비스가 공짜라는 말과 같은 의미인데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이번에 확 바꾸려 한다. 국내 IT 인력을 모아 해외 기업을 위해 일하면 제값을 내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21세기의 IBM 되겠다"=회사가 정한 핵심가치는 끊임없이 배우고 실행하고 공유하자는 것이다. 좋은 인력을 확보해 동기부여를 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클라우드 역량도 학생과 고객, 심지어 경쟁사와도 공유한다. 새롭게 만들어진 신규 산업이니 혼자 해서는 안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회사는 내년 손익분기점을 예상하고 있다. 수년 내 IPO(기업공개)도 추진할 계획이다.

"21세기의 IBM이 되고 싶다. 클라우드로 대변되는 글로벌 IT서비스의 최고 강자가 되겠다"는 이 대표는 "우리에게 국경은 의미가 없다. 클라우드 IT 기회가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은 해외에서 더 큰 승부를 보고 클라우드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특화된 MSP로 입지를 굳히겠다"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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