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써버렸다면..대법 "배임죄 처벌 못해"

유영규 기자 2021. 12. 16. 12: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상지갑에 이체된 남의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고 사적으로 쓴 사람에게 배임죄를 물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잘못 송금된 가상자산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은 사람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첫 판결입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상지갑에 이체된 남의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고 사적으로 쓴 사람에게 배임죄를 물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잘못 송금된 가상자산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은 사람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첫 판결입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오늘(16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2018년 6월 알 수 없는 경위로 그리스인 B씨의 가상지갑에 들어있던 199.999비트코인(14억8천만 원 상당)이 자신에게 이체되자 이튿날 본인의 다른 계정 2곳으로 199.994비트코인을 옮긴 혐의를 받았습니다.

그는 이체한 비트코인을 개인적인 용도로 쓰다가 이듬해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 피해자에게 158.22비트코인을 반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횡령 혐의가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A씨의 행동에 예비적으로 배임죄도 적용했습니다.

횡령죄의 전제조건은 '재물'입니다.

1·2심은 비트코인이 물리적 실체가 없고 사무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뒤 배임죄는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타인 소유의 비트코인을 이체받아 보관하게 됐다면 그것은 부당이득이므로 반환해야 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A씨에게는 반환 때까지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임무가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1심과 2심은 이에 따라 A씨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A씨의 상고로 사건을 다시 심리한 대법원은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 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이체된 경우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을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는 않고 있고, 거래에는 위험이 수반되는데 여기에 형법을 적용해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착오 송금에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대법원) 판례를 유추해 신의칙을 근거로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