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국내 최초의 '머그샷' 공개는 어떻게 이뤄졌나

'신변보호 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신상공개
피의자가 머그샷 공개 동의한 첫 사례
동의 없을 경우 신분증 사진 활용
"머그샷 의무공개 내부 추진 어려워"

국내 최초로 강력범죄 피의자의 ‘머그샷’이 공개됐다. 지난 14일 서울경찰청이 ‘송파 신변보호 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이석준(25)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면서다. 지난 2010년 피의자 신상공개 근거 법률이 생긴 지 11년 만이다. 할리우드 영화나 외신 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머그샷(경찰이 촬영한 식별 가능한 피의자 사진)은 어떤 경위로 처음 공개된 걸까.

15일 경찰청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되면 당사자 동의를 받아 머그샷을 공개하고,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사진 공개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2019년 9월과 지난해 1월 각각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관련한 유권해석을 받은 결과다. 신분증 사진 등이 현재 모습과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예외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으로 확보한 피의자 사진을 공개하기도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권해석 받은 이후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 중 머그샷 공개에 동의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이석준이 머그샷 공개 첫 사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경찰청도 이석준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 오늘(14일) 촬영한 사진”이라고 밝혔다.

강력범죄 및 성폭력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는 2010년 4월 마련됐지만, 얼굴 공개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은 최근에서야 생겼다. 2019년 5월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신상공개된 고유정(38)의 ‘커튼머리’ 사건이 계기가 됐다. 경찰은 당시 공보준칙에만 근거해 피의자를 호송할 때 얼굴을 적극적으로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얼굴을 노출시켰지만, 당사자인 고유정은 긴 머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면서다. “머그샷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 경찰이 법무부 등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이다.

유권해석 뒤 신상공개가 결정돼 신분증 사진으로 얼굴이 공개된 첫 대상은 지난해 5월 검거된 ‘n번방 피의자’ 조주빈(26)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 동의 없이 머그샷을 공개하는 것은 찬반이 첨예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별도 입법이 되기 전까지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피의자 얼굴을 비롯한 신상공개에 대해선 여전히 찬반이 팽팽하다. 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특별법에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의 단서를 달아 신상공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확정판결 전까지 피의자를 무죄로 가정해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부딪칠 수밖에 없고 범죄예방 등과 관련한 실익도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도 경찰청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상공개를 결정하는데 지역마다 기준이 들쑥날쑥하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이에 경찰청은 최근 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지휘하기로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한겨레>는 2020년 5월 개정·시행한 ‘한겨레미디어 범죄수사 및 재판 취재보도 시행세칙’ 등에 따라 신상공개 대상자의 실명은 보도하지만, 얼굴 공개는 최대한 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