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내가 죽으면 아이폰을 열어봐라"
고인이 쓰던 아이폰 속 사진·영상 접근 허용
유언 남기면.. 중국 텐센트는 게임 아이템도 양도
미 애플은 지난 13일(현지 시각)부터 전 세계 아이폰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 사용자가 사망하면 가족·지인이 아이폰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아이폰 사용자가 자신의 아이폰과 클라우드(가상 서버)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5명까지 미리 지정해두면, 사용자 사후(死後) 아이폰에 저장된 사진·영상·전화번호 같은 개인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플은 그간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직계가족 요청이라도 아이폰 개인 계정을 들여다보는 것을 막아왔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에서 수사 목적으로 범죄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해달라고 해도 거절해왔다. 애플이 이 같은 관행을 깨고 사자(死者)의 아이폰 접근을 대폭 허용한 것은 최근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유산은 옷과 가재도구 같은 유품처럼 생전에 온라인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공간에 남긴 흔적을 말한다. 미니홈피·블로그에 남긴 게시물·사진·영상·댓글이나 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 스마트폰에 저장된 자료들이 모두 해당된다. 개인 정보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더 많이 남기고, 메신저·메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 같은 다른 IT 기업들도 사용자의 디지털 유산 처리를 위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미 구글은 계정이 비활성화된 지 3개월이 지나면 사전에 사용자가 지정해둔 사람이 해당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비활성 계정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입원하거나 사망해 해당 계정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경우를 대비한 서비스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유산 접근’(Legacy Contact)이라는 기능을 도입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계정 주인이 사망한 이후 SNS 계정 관리권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사전에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국 최대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도 최근 사망자 유언이 있으면 보유한 게임 자산을 특정인에게 양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이미 23주가 디지털 유산을 일반 유산처럼 상속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디지털 유산 처리에 관한 명백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디지털 유산 상속보다 ‘고인의 잊힐 권리’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아직 강하다.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당사자가 사망한 뒤에는 누구도 온라인상 개인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는 블로그 사용자가 사망한 경우 공개된 글은 유족이 요청할 경우 삭제해 주지만 네이버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비공개 이용 정보는 알려주지 않는다. 카카오도 비밀번호로 잠금이 돼 있거나 비밀방으로 설정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유족이라도 열람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사설 업체를 통해 카톡 잠금을 풀려고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 온라인이 아닌 기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후 유족의 데이터 접근은 국내 법규정상으론 문제가 없다.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아직 미국·중국과 달리 디지털 유산 처리에 대한 공론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계 가족이라도 민감한 온라인상 개인 정보 접근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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