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디지털금융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엄형준 2021. 12. 1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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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토스뱅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월 출범하며 예금에 대해 '조건 없는 2% 이자'를 내걸었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정책을 바꿨다.

하지만 이미 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가 시작된 시점에서 토스뱅크가 출범했고, 금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지난 10월5일 기자간담회에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2% 이자는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말했던 걸 고려하면 이런 이유도 변명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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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2% 금리 약속 깨.. 은행은 점포 줄이며 신뢰 '흔들'

요즘 토스뱅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월 출범하며 예금에 대해 ‘조건 없는 2% 이자’를 내걸었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정책을 바꿨다. 토스뱅크는 내년부터 1억원 이하의 예금에 대해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2% 이자를 지급하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0.1%의 이자만 지급하기로 했다.

여전히 소액을 입금하는 자유입출금식 통장으로는 매력적인 금리라고 할 수 있지만, ‘약속’을 쉽게 깼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엄형준 경제부 차장
더군다나 초기 인기몰이를 위해 통장 개설 예약까지 받고, ‘단일 금리’에 대한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던 터라 고객의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토스뱅크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대출을 옥죄면서 사업 초기 매출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로서는 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이미 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가 시작된 시점에서 토스뱅크가 출범했고, 금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지난 10월5일 기자간담회에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2% 이자는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말했던 걸 고려하면 이런 이유도 변명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자신감이 결국 마케팅에 지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뒷맛이 좋지 않지만 이 같은 인터넷 전문 은행의 파격적 행보에 전통의 시중 은행들은 움찔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고위 임원은 “디지털은 전략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털어놨다. 시중 은행은 인터넷 전문 은행과의 싸움을 위해 디지털화에 사활을 걸고 조직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시중 은행은 원격 업무,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도입하고, 점포 수는 빠르게 줄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겹치면서 동일 시간 점포 방문객 수가 직원 수를 넘어서고, 갈수록 업무 처리량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는 폐쇄나 통폐합으로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화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빈자리는 모바일 앱과 무인점포로 대체되는데, 최근 지역 주민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민들은 폐쇄를 앞둔 은행 지점 앞에서 무인형 점포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막대한 수익을 내는 은행이 단지 수익률에만 목을 매고, 무인화로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무시하는 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다.

지난해 정부의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60대 연령대의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률은 34.9%, 70대 이상은 11.6%로 일반국민 60.8%보다 훨씬 낮았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대세이고 고령층의 반발에도 은행 점포 폐쇄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기존 은행 지점에 무인화 기기를 미리 설치해 고령층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든가, 2명이 근무하는 소형 출장소를 두는 방안,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금융교육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점포를 줄이지 말라”고 뒷짐진 채 소리만 지르지 말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당근도 줘야 한다.

돈이 들고, 시간도 소요되겠지만 삶에 필수적인 금융 서비스는 누구에게나 적절한 방법으로 제공돼야 한다. 은행은 안 가면 그만인 패스트푸드점이 아니다. ‘신뢰.’ 인터넷 은행이든 시중 은행이든 금융이 디지털화된다 해도 변해서는 안 될 가치 아닌가.

엄형준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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