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되는 '드라마의 웹툰화'..애정하는 주인공들의 또 다른 이야기

오경민 기자 2021. 12. 15. 2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지옥>이나 tvN <치즈 인 더 트랩> <유미의 세포들>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익숙한 제작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역으로 드라마를 원작으로 웹툰을 제작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tvN <해피니스>와 SBS <그 해 우리는>이 그 예다.

이전에도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추후 웹툰으로 만드는 시도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 드라마를 웹툰으로 ‘2D화’하는 데 방점을 두거나, 조연들의 사연을 비추는 등 번외나 후속작 개념에 더 가까웠다. 최근 공개된 작품들은 기획 단계부터 드라마와 웹툰 제작을 함께 논의했다. 드라마와 설정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등 웹툰이 단순한 ‘파생작’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작품’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좀 더 동시적이고 적극적인 협업을 하는 모양새다.

tvN 드라마 <해피니스>를 원작으로 한 네이버 웹툰의 윤새봄. 네이버 제공


그중 네이버 웹툰 <해피니스>는 가장 첨단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인 tvN 드라마 <해피니스>는 코로나19가 종식된 가까운 미래, 의문의 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출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경찰 특공대 윤새봄(한효주)과 경찰 정이현(박형식)이 봉쇄된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담았다. 웹툰 역시 같은 설정 위에서 출발한다. 다만 8화를 기점으로 웹툰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는다. 드라마 속 새봄과 달리 웹툰 속 새봄은 감염자 바이러스를 체내에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다. 드라마는 12부작으로 지난달 5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방영됐다. 웹툰은 드라마 4화가 방영된 지난달 12일부터 연재를 시작해 현재 네이버 시리즈에 27화까지 연재된 상태다.

웹툰 기획을 맡은 스토리컴퍼니 이성욱 대표는 한국 드라마의 장르적 시도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드라마의 웹툰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tvN 드라마를 기획하는) 스튜디오드래곤과 여러 작품을 같이 작업하고 있는데, 기존에는 오리지널 웹툰을 가지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향이 주요했다. 드라마 쪽도 좋은 기획이 많고, 특히 tvN은 도전적인 장르가 많기 때문에 제가 먼저 드라마 원작으로 웹툰을 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인 것 같다는 생각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후 스튜디오드래곤 측에서 좀비물 <해피니스>의 웹툰화를 제안해와 웹툰 제작이 성사됐다.

tvN 드라마 <해피니스> 윤새봄(한효주). tvN 제공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에 콘텐츠 지식재산(IP)을 제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드라마의 IP를 가져오는 2차 제작자로 거듭날 수 있는 데는 웹툰 시장의 확장도 한몫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전 세계로 방영되는 드라마와 달리 웹툰은 확장성이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네이버는 물론 카카오 페이지가 해외 곳곳에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다른 확장성이 발견됐다. 드라마와 웹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개되면 서로 윈윈하는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웹툰 <그 해 우리는-초여름이 좋아!> 포스터. 네이버 제공


SBS 드라마 원작의 네이버 웹툰 <그 해 우리는>은 드라마 방영 한 달 전부터 연재돼 현재는 드라마와 함께 공개되고 있다. 원작 드라마는 5년 전에 헤어진 29살 동갑내기 연인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웹툰은 이들이 만남을 시작하게 된 19살 때를 그렸다. 웹툰과 드라마 기획을 맡은 스튜디오N의 한혜원 총괄기획 PD는 “학원물 웹툰이 인기가 좋은 편이어서 드라마 주인공들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웹툰의 타깃층과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포스터. SBS 제공


2019년 인기를 끌었던 JTBC <멜로가 체질> 역시 이달 초 웹툰 제작이 확정되는 등 드라마의 웹툰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떼고 있다. 이 대표는 “웹툰으로의 초반 유입이나 주목도를 보면 확실히 원작 드라마가 도움이 됐다. 다만 드라마 없이 웹툰만의 힘으로 갔을 때와 어느 정도 다른 성과를 낼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일정 시점 안에 빨리 승부가 나는 반면 웹툰은 연재 기간이 긴 만큼 전체적인 결과를 두고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정하는’ 드라마 주인공들의 또 다른 사연을 볼 수 있는 드라마 원작의 웹툰들이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