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 깊고 지반 단단해 피해 적었다..제주 지진 분석

이달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9 지진은 전남과 충남에서까지 느껴질 정도로 센 지진이었지만 피해는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피해가 적었던 이유로 진원이 해양 지각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다 단단한 지반, 단층이 수직이 아닌 수평 운동한 점을 꼽았다. 하지만 이런 점을 이해하기에는 그간 제주에 대한 연구가 너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했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계기지진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역대 11번째, 제주 인근 해역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하루가 지난 15일 오후 4시까지 총 15회 여진이 있었으며, 15일 오후 3시 6분경에는 규모 2.8의 지진도 발생했다.
그러나 피해 규모는 크지 않았다. 현재까지 신고된 인명피해는 없고 건물 균열 등 재산 피해 신고는 모두 4건 접수됐다.
기상청은 14일 지진브리핑에서 “지진에 의한 피해는 절대적 규모보다 진도에 따라 달라진다”며 “제주는 최대 진도 5로, 실내에 있는 대부분 사람이 느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지진해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번 지진의 규모가 4.9 인데다 주향이동단층에 의해 발생해 지진해일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주향이동단층은 수평방향으로 이동하는 단층을 일컫는 것으로, 한반도의 가장 주된 단층이다. 이번 제주 지진은 약간의 수직 이동을 동반한 동서 또는 남북 방향의 주향이동단층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규모와 단층의 특성 외에도 진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진원지가 17km로 깊고, 바다에 있어서 도심지까지의 거리가 멀었던 것이 피해가 적었던 더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은 진원 깊이가 6.9km로 얕았던 것이 사상자까지 내는 큰 피해를 낸 주요 원인이었다.
손 교수는 제주 주변의 단단한 지반특성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몫을 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손 교수는 “연약지반에서는 지진파가 증폭하고, 단단한 지반에서는 지진 에너지가 약해진다”며 “연약지반이 있는 포항과 달리 제주는 연약지반이 없는 화산지형이라 피해가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진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축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내진 설계가 잘 돼 있는 일본에서는 규모 5 정도 지진은 지진 취급도 안한다”며 “한국의 건설 기술력으로 규모 5가 안 되는 지진에 피해가 컸다면 국제적 망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모 5이하의 지진은 제주뿐 아니라 국내 어디에서 발생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광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제주도 안에서는 지진이 별로 없었지만 주변 해양, 특히 남서쪽에는 지진이 꽤 많았다”며 “지진계가 대부분 육상에 있다 보니 해양에서 발생한 약한 지진은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역시 “최근 제주도 서쪽 해안에서 규모 2~3 지진의 밀도가 높았다”며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도중 이번 지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 최근 발생한 지진과의 연계성이나 지질학적 원인을 정확히 밝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에서 큰 지진을 겪은 이후에야 정부에서 국내 단층 지도 제작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단층 조사는 지진 빈도가 높은 영남권부터 이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함께 영남권 해저단층을 조사하고 있는 이 책임연구원은 “지진의 빈도와 지진에 의한 파급효과가 큰 지역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지진 빈도가 높은 영남권을 먼저하고 그 다음 파급효과가 큰 수도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책임연구원은 “제주 주변은 단층 정보가 너무 없어서 지진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이번 지진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제주도 조사가 시급하게 필요한 거 아닌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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