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진' 예상 어려웠던 이유는.."알려지지 않은 단층 존재"
[경향신문]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0㎞ 해역에서 지난 14일 리히터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이 지역의 경우 기존에 알려진 활성단층이 없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주도에 실제로 활성단층이 존재하는지 밝혀내는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보고된 활성 단층이 없는 제주도에서 리히터 규모 5에 근접한 지진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기상청 계기 관측 이후 이번 지진의 진앙반경 50㎞ 이내에서 발생한 지진 총 31건 중 23건이 리히터 규모 3을 넘지 않는 수준이었고,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전국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제주도 주변에서 일어난 지진 중 가장 규모가 컸으며, 한반도 전체에서 일어난 지진 중에서도 11번째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날(15일) 오후 3시30분 기준 15건의 여진이 계속되고, 최대 규모는 리히터 규모 2.8이었다.
이번 지진의 원인과 관련된 단층은 명확하지 않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존 연구결과에 알려진 단층은 없었고,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서 보고된 활성단층이 없는 이유는 제주도가 한반도에 비해서 비교적 최근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기 때문이다. 활성단층은 일반적으로 신생대 제4기인 약 260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퇴적된 지층이 변형된 사실을 확인한 단층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지금으로부터 약 188만년 전 화산활동을 시작해, 대부분 용암이 약 40만년 전부터 2만년 전 사이에 분출됐다. 용암이 뒤덮이기 전의 퇴적층을 제주도 지표에서 발견하기 어렵고 지진이 상대적으로 빈발하는 양산 단층대(동남해안 일대)에 연구 인력이 집중되다 보니, 제주 지역과 관련해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주 지역 근처에도 활성단층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밝혀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활성단층을 찾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기상청은 지진이 났을 때 그 파형을 분석해 단층을 확인하는 지진 자료 분석을, 해양수산부는 해저 활성단층 조사를, 행정안전부는 지표 활성단층 조사를 담당한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제주도의 퇴적층은 다 덮여 있어서 지표상에서 단층을 찾기가 어렵고, 해저는 워낙 넓어서 어렵다”며 “지표에서 근거를 찾고, 해상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탐사하는 등 세 분야의 전문가가 합쳐서 들어가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육지, 바다, 지진 자료 모두 각 영역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각 영역이 통합돼서 자료를 교류하면서 시너지를 낼 통합 DB, 컨트롤 타워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 이후로 행정안전부가 활성단층 지도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연구 대상에 제주 지역은 빠져있다. 활성단층 지도는 국내 활성단층을 찾고, 상대적으로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지역을 가려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내진 설계의 정도, 위험 시설의 입지 등을 정하는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는 2017년부터 2036년까지 총 20년간 활성단층 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교수는 “연구를 기획할 당시에는 제주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지 않아 연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단계를 새로 시작할 때 연구 지역은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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