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집착한 그리스신 크로노스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 (1)]
2021. 12. 15. 10:43
[주간경향]
윤흥길의 소설 〈완장〉을 보면 평범한 사람이 완장을 차는 순간 소시민의 삶은 사라지고 권력형 인간으로 바뀌게 된다. 완장은 사람에게 커다란 권력을 쥐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 중에 포기 못 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을 쥐는 순간 자신의 힘보다 더 강한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권력을 쥐면 절대로 놓치기 싫어한다. 그 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리라.
윤흥길의 소설 〈완장〉을 보면 평범한 사람이 완장을 차는 순간 소시민의 삶은 사라지고 권력형 인간으로 바뀌게 된다. 완장은 사람에게 커다란 권력을 쥐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 중에 포기 못 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을 쥐는 순간 자신의 힘보다 더 강한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권력을 쥐면 절대로 놓치기 싫어한다. 그 힘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리라.

그리스신화 중 권력을 놓고 싶어하지 않았던 신이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크로노스는 로마신화로는 사투르누스라고 불린다)다. 대지의 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사이에 태어난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잘라 그를 거세시킨 후 우주의 지배자가 된다. 최고의 신이 된 크로노스는 누나 레아를 아내로 맞이해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를 낳지만 자식에게 쫓겨나 왕위를 빼앗기게 될 거라는 신탁을 듣는다.
크로노스는 이에 자식들을 모조리 잡아먹는다. 크로노스의 행동에 불만을 품은 레아가 막내 제우스만큼은 몰래 빼돌린다. 어머니 레아의 계획에 성공해 제우스는 정상적으로 성장한다. 장성한 제우스는 크로노스와 10여년간의 싸움에서 승리해 아버지가 잡아먹은 다섯형제를 토해내게 하고 크로노스를 저승에 가둬버렸다.
크로노스의 권력을 향한 집착을 그린 작품이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의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몸집의 사투르누스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자기 자식을 잡아먹고 있다. 사투르누스의 양손에 매달려 있는 아이는 아버지에게 먹혀 머리와 왼쪽 팔은 사라지고 없으며 흘러나온 피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 작품에서 회색 머리카락과 구부정한 자세는 사투르누스가 노인을 나타내고 있지만, 근육질의 몸은 강한 힘을 상징한다. 부릅뜬 눈과 아이를 움켜쥔 손은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크게 벌린 입은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비장함을 나타낸다. 또한 사투르누스의 몸과 대조적으로 가지런히 뻗어 있는 아이의 자세는 거대한 힘에 저항하지 못하는 인간을 암시한다.
고야의 이 작품은 1820~1823년 고야의 블랙 페인팅 시기에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페인 내전을 겪은 고야는 어리석은 인간성을 고발하는 충동에 휩싸여 당시 구입한 청각장애인의 집이라고 알려진 전원주택 담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다 블랙 페인팅으로 덮어씌웠다. 블랙 페인팅 시기의 주제는 신화나 종교 그리고 미신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권력은 남의 일 같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완장을 차고 있다. 단지 완장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완장이 갑질이라는 것을….
박희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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