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젠 해외로]③ 메타버스 넘어 '만능AI' '복제도시' 상용화.. 매출 25% 신기술 투자
하이퍼클로바 상용화, 가상인간도 개발
소뱅 손잡고 실제 도시와 똑같은 가상도시 구축
이해진 "R&D 적극 추진해 신기술 개발 정진"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게 (네이버의) 사회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진출하고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 로봇을 개발 중이다. 네이버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가 많은 회사다. R&D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데 정진하겠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대형 플랫폼이 새로운 시장 개척보단 기존 골목상권 침투에 열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대답이다.
15일 네이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GIO의 말대로 네이버는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누적 1조189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670억원)보다 23% 늘었다. 매출 대비 투자액 비중은 2015년 집계 이래 7년 동안 매년 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같은 기간 매출의 12%인 5240억원을 투자한 카카오와 비교하면 투자액과 매출 대비 비중 모두 2배 수준이다. 비중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카카오를 포함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최고 수준이다.
과감한 R&D 투자는 신기술 개발과 글로벌 신사업 창출로 결실을 맺고 있다.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도 진출을 노리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20개국, 2억5000만명이 이용하고 해외 이용자 비율이 약 90%인 플랫폼 ‘제페토’를 만들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바둑의 알파고 수준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만능 인공지능(AI)인 ‘초거대 AI’, 현실의 사물·건물·도시를 가상세계에 똑같이 복제해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트윈’ 등 더 진보한 기술과 서비스를 이르면 내년을 목표로 국내외에 상용화한다.
◇ AI ‘하이퍼클로바’, 내년엔 일본어도 유창해진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국내 최초의 한국어 모델(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해 한국어를 구사하는 AI)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구축한 데 이어, 내년 하반기엔 비슷한 규모의 일본어 모델도 구축한다. 일본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라인과 손잡고 챗봇·번역·검색엔진 등 언어 기반의 기존 IT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건 물론, 버추얼휴먼(가상인간) 같은 새로운 서비스도 내놓는다. 이사고 신이치로 라인 AI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라인 디벨로퍼 데이’ 기조연설에서 이런 계획을 밝히며 하이퍼클로바를 탑재한 캐릭터 ‘키즈나 아이’와 직접 자연스럽게 대화하기도 했다.
출시 1년 만에 100만 이용자를 모은 음성기록(STT) 서비스 ‘클로바노트’, 네이버쇼핑의 상품 설명 요약과 쇼핑 기획전 자동 생성 기능, 코로나19 능동감시자 관리 서비스 ‘케어콜’ 등에 하이퍼클로바가 적용됐고 웹툰 채색을 대신 해주는 ‘AI페인터’라는 새로운 서비스도 상용화했다. 네이버는 사람을 대신해 상담, 댓글 모니터링, 통·번역, 문서 작성, 상품 리뷰 요약, 상품 설명문 작성 등을 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내년 일본어 모델이 만들어지면 메신저 라인을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상용화한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AI 학습 효율을 크게 높인 기술이다. 적은 데이터 학습만으로도 모든 분야에 알파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기대에 국내외 기업이 기술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전문기업 ‘오픈AI’가 개발한 ‘GPT-3′을 시작으로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카카오·KT·LG그룹 등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초거대 AI의 성능은 인간 두뇌의 시냅스 역할을 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의 개수로 결정된다. 지난 5월 공개된 하이퍼클로바 한국어 모델은 네이버 자체 슈퍼컴퓨터를 통해 2040억개 파라미터를 갖췄다. 전날 공개된 LG의 한국어·영어 이중 모델 ‘엑사원’(3000억 파라미터)에 이어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큰 규모, 순수 한국어 모델 중에선 최대 규모로 파악된다. 지난해 GPT-3(영어 모델)가 1750억 파라미터였고, 지난달 공개된 카카오의 ‘KoGPT’(한국어 모델)는 규모를 확대 중이지만 아직 60억 파라미터에 그친다. 하이퍼클로바 일본어 모델도 한국어 모델과 같은 2040억개 규모로 만들어진다. 완성되면 이 역시 일본어 모델 중 최대 규모가 된다.
네이버는 AI 기초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에선 최근 ‘카이스트-네이버 초창의적 AI 연구센터’ ‘서울대-네이버 초대규모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일본에선 오사카대, 도쿄도립대, 와세다대 등과 공동 연구한다. 연구성과는 논문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국제학회들에서 총 51개의 논문을 채택, 지난해 연간 최고기록을 이미 경신했다. 지난달 열린 국제컴퓨터비전학회(ICCV)’에선 상위 3% 안에 드는 연구에만 주어지는 구두 세션 발표 기회를 얻었다.
◇ 현실 본뜬 가상세계 구현 기술 ‘아크버스’…54조원 시장 진출
글로벌 무대에서 네이버가 꺼내든 또 다른 무기는 ‘아크버스’다. 아크버스는 디지털트윈 구현을 위해 필요한 사물인터넷(IoT)·로봇·자율주행·데이터·네트워크·AI·클라우드 등 네이버 신기술의 집합이다. 네이버는 내년 개소할 제2사옥을 본뜬 디지털트윈 건물을 시작으로 같은 해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도시 하나를 통째로 복제한 디지털트윈 도시(도시 단위 고정밀 지도) 구축을 시작한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의 사물·건물·도시 등의 물리적 특징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복제하는 기술이다. 사물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까지 모방, 기업·기관에 필요한 현실의 데이터를 가상에서 실시간으로 얻고 미래를 예측하도록 돕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5000억원에서 오는 2026년 54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57.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관련 기술을 가진 빅테크들이 선점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가 만들 디지털트윈 도시는 실제 건물 면적과 높이, 도로 폭, 차선 위치, 교통 상황 등을 실시간, 3차원으로 반영한다. 길찾기 용도로 쓰이는 일반적인 지도와 달리, 도시 정책을 결정하는 지방자치단체, 건물과 도로를 만드는 건설사와 건축가, 복합쇼핑몰 사업자, 자율주행차 사업자 등 도시 속 정보가 필요한 기업·기관이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디지털트윈 도시를 일본 전역으로 확장하고 유럽 진출도 추진한다.
이보다 먼저 국내에서 디지털트윈 건물을 상용화한다. 내년 개소할 자사의 제2사옥이 복제 대상이다. 두뇌를 클라우드에 두고 5G로 통신하는 ‘브레인리스 로봇’이 제2사옥에 상주하면서 가상건물에서의 명령을 현실에서 수행, 건물 관리와 실무 지원을 한다. 네이버는 다른 기업·기관을 상대로도 디지털트윈 건물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이미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해 비대면으로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도록 건물 내부를 정교하게 모방한 가상 박물관을 만들고 있다.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해서 3차원 아바타로 만들어주는 기술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제페토도 도약을 준비한다. 기존 커뮤니티 기능을 넘어 네이버의 광고, 콘텐츠 사업과도 시너지를 강화한다. 이용자 수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늘어나면서 네이버가 수익성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소프트뱅크, 하이브 등에 약 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진출과 인재 채용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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