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출제 오류도 '셀프 검증'한 평가원, 왜 책임 안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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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오류 논란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법정 다툼이 벌어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이의신청을 처리하면서 평가원 간부·직원들이 임원 등 직책을 맡고 있는 교육학회들을 자문학회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계 등에 따르면 평가원은 출제 오류 문항을 검증하기 위한 자문학회로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한국유전학회 세 곳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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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등에 따르면 평가원은 출제 오류 문항을 검증하기 위한 자문학회로 한국과학교육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한국유전학회 세 곳을 선정했다. 한국과학교육학회와 한국생물교육학회는 “(문항에) 이상이 없고 기존 정답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답변을 제출했다. 문제는 두 학회 임원진이 평가원 소속이란 점이다.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한국과학교육학회 이사, 평가원 박사 2명은 한국생물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반면 평가원 소속 인사가 없는 한국유전학회는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유보’ 결정을 했다. 답변 결과를 보면 명백한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평가원이 ‘셀프 검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의 정답 유예 결정 후에도 평가원은 공식적으로 “수능 문제로서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11일 집단유전학 분야 석학 조너선 프리처드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SNS에 “이 문항에 수학적 모순이 있다”는 글을 올렸고, 9일에는 김종일 서울대 의대 학장이 “제시문 오류가 명확하다”고 밝혔다. “정말 창의적이고 똑똑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실한 시험문제를 내놓고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하는 건 교육기관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원의 공신력은 이미 땅에 떨어졌다. 출제위원 등 관련자들은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과거 수능 출제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평가원장이 사퇴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니 혀를 차게 된다. 평가원장은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하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재발 방지책 마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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