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2021. 12. 1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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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한 해의 끄트머리에 와있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한 해가 가버렸다.

시간을 아끼며 전력을 다해 살아도 내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그렇듯 살얼음을 딛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지나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전통적으로 피붙이에 대한 애착이 강한 우리 정서에 사회 기부는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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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한 해의 끄트머리에 와있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한 해가 가버렸다.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쉽고 억울하기만 하다. 왜 아니겠는가. 시간을 아끼며 전력을 다해 살아도 내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그렇듯 살얼음을 딛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지나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긴 나뿐만이 아니다. 모두들 생의 한 시점을 뭉텅 강탈당한 듯 상실감에 빠져있을 테고, 언제 끝날지 모를 그 끝을 막연한 심정으로 기다리며 또 숨죽이고 있을 터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하고, 그 희망을 길라잡이 삼아 이 시련을 이기고 나가야 하는 것을.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위로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희망마저 갖지 못한다면 미래는 더 암울하고 우울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우리를 위로하는 것들은 많다.

어느 노기업인이 기부에 앞서 아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아들아 먹고살 만하지?” 이 물음 속에 내포된 의도가 그이의 사람됨을 짐작하게 하고, 돌아온 대답 역시 부전자전임을 확인하게 만든다. 어느 시대에도 의인은 존재하게 마련이며, 그 의인들로 세상은 다시 조정되고 순화된다. 정말, 거금을 사회에 쾌척한 어느 노기업인의 사연은 단박에 내 마음에 온기를 지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정작 더 귀한 건 그가 사회에 안겨준 위로다. 성실하게 모았을 자신의 재산이 아깝지 않은 이, 누가 있을까. 전통적으로 피붙이에 대한 애착이 강한 우리 정서에 사회 기부는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노기업인만이 아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누군가는 익명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거금을 놓고 가기도 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들은 기부로 그 사랑에 보답한다. 노인들에게 나눠 달라며 생필품과 돼지저금통을 두고 가면서 얼굴 없는 산타로 불리는 어느 초등학생의 사연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많든 적든 기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달리 보인다.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고 외모를 치장하며 스스로 타인과 차별성을 두는 유명인들보다 기부를 통해 사람들과 동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들로 인해 누군가는 다시 세상의 온기를 느낄 테고,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들의 선행은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파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연말에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십시일반, 모으고 모아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온기와 희망을 나눠주면 좋겠다.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먹는 민족이니, 그 인정과 인심이 다시 뜨겁게 작동됐으면 좋겠다. 인류가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체온과 나눔과 동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이웃에 대한 배려와 나눔이다. 나부터 실천!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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