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맨덜리 저택.. 뮤지컬 '레베카'

권이선 2021. 12. 1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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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덜리 저택의 문이 다시 열렸다.

결코 지울 수 없는 그 이름, 뮤지컬 '레베카'가 돌아왔다.

공연이 이어지는 170분 동안 죽은 레베카의 이름은 수없이 울려퍼진다.

 '나'의 손 끝을 따라 그려진 맨덜리의 대저택에서 이 무명의 여인은 레베카의 흔적들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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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덜리 저택의 문이 다시 열렸다. 결코 지울 수 없는 그 이름, 뮤지컬 ‘레베카’가 돌아왔다. 

2013년 국내 초연한 ‘레베카’는 지난달부터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펼치고 있다. 1938년 영국에서 출간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한 앨프레드 히치콕의 영화(1940)를 변주한 작품이다.

공연이 이어지는 170분 동안 죽은 레베카의 이름은 수없이 울려퍼진다. 정작 단 한 장면도 출연하지 않지만 모든 등장인물과 공간을 장악하는 건 이름만 남겨진 ‘레베카’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연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이름조차 없는 ‘나’. ‘나’의 손 끝을 따라 그려진 맨덜리의 대저택에서 이 무명의 여인은 레베카의 흔적들을 마주한다.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레베카에 대해 극도의 신경증을 보이는 남편 ‘막심 드 윈터’. 레베카에 집착하며 ‘나’에게 조금도 곁을 주지 않는 집사 ‘댄버스 부인’. 사랑은 파멸로 이끌지만, 이들을 구원하는 것 역시 사랑이다.

작품은 레베카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과 마주하게 된 ‘나’를 따라 전개되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단연 댄버스 부인이다. 조연이지만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존재감이 커졌다. 악역인 조연이 설득력을 갖고 무대를 장악하는 건 역시 배우의 힘이다. 예민하고 히스테리컬한 표정과 극장을 울리는 폭발적인 성량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무대 연출도 작품의 서스펜스를 높인다. 얇은 막 위에 표현된 ‘나‘의 그림이 맨덜리 저택이 되는 과정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상으로 처리된 숲길과 바닷가 풍경도 극의 몽환적이고 비밀스런 분위기를 살린다. 특히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를 부르는 2막의 발코니 장면은 뮤지컬의 백미다. 댄버스 부인과 ‘나’의 갈등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360도 회전하는 세트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댄버스 부인 역은 초연 때부터 함께해온 옥주현과 신영숙이, 순수하고 여린 내면의 인물에서 강인한 면모로 거듭나는 ‘나’는 임혜영·박지연·이지혜가 번갈아 연기한다. 레베카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물 막심은 배우 민영기·김준현·에녹·이장우가 번갈아 맡는다. 공연은 내년 2월27일까지.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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