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처음 방문한 이스라엘 총리..중동 패권 대결 '반이란' 뭉치나

김유진 기자 2021. 12. 1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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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왕세제 만나 “FTA 등 합의”
미국 영향력 옅어진 중동서
이란 핵 위협 경계하는 양국
공동전선 구축 가능성 주목

이스라엘 총리가 사상 처음으로 걸프지역의 신흥 강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땅을 밟았다. 두 나라가 미국이 중개한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15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변화다. 미국이 중동에서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커지는 이란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려는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UAE 실세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는 13일(현지시간)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무역, 경제, 기후변화, 식량안보 이슈 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공동 연구·개발 기금 조성, 내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예정된 2시간을 넘겨 장장 4시간가량 진행된 회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왕세제가 총리에게 귓속말을 하거나 두 사람이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도 포착됐다.

사실 양국 간 경제협력이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이번 베네트 총리의 UAE 방문은 중동 국가들의 최대 고민인 이란의 부상과 직결돼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주도로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란에서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정권이 출범한 이후 JCPOA 복원 회담이 결렬 위기까지 내몰리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 재개로 맞불을 놓으면서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세력 확대를 극도로 경계하는 두 나라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베네트 총리는 UAE 방문을 통해 ‘반이란’ 전선 구축을 의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공동성명이나 발표문에서는 빠졌지만 회담에서는 이란 문제도 논의됐고, 왕세제는 중동 지역의 안정 유지를 강조했다고 UAE 관영통신 WAM은 전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 강경파 베네트 총리와 달리 UAE는 이란과의 긴밀한 경제관계를 고려해 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견고한 ‘반이란 연대’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운 셈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통화에서 “양국 관계가 급진전하면서 이스라엘 총리까지 UAE를 방문하는 수순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UAE 입장에선 걸프지역의 친서방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미국으로부터 고립된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이후 궁지에 몰린 사우디는 최근 이란과 네 차례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며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

이스라엘과 UAE, 나아가 걸프 국가 간 밀월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아브라함 협정 이후 예견된 흐름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외교정책 초점을 중동이 아닌 중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실히 옮긴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 중동 질서의 지각변동 속에 각국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슈아 테이텔바움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 중동학 교수는 “이스라엘, UAE를 비롯한 모든 행위자들이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며 “(관련국들이) 새 (미국) 정부의 정책을 여전히 추측하고 있고 이란은 핵무기 보유에 성큼 다가섰기 때문에 모두가 관계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인 교수도 “미국의 부재로 중동지역에서 힘의 균형추가 바뀌면서 각국이 제 길을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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