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별이 5개' 내릴 때 뿌듯한 '신형 제네시스 G90' 역공

최기성 2021. 12. 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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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1~2개 그랜저, 별 3~4개 G80
G80, 14년만에 E클래스 제쳤다
신형 G90, S클래스에 화력집중
벤츠 S클래스와 제네시스 신형 G90 [사진 출처 = 벤츠, 제네시스]
"벤츠 E클래스 잡았으니, 다음은 벤츠 S클래스 네 차례야."

제네시스 G80으로 벤츠 E클래스를 제압한 제네시스 브랜드가 '회장님차 끝판왕' 벤츠 S클래스 공격에 화력을 집중한다.

제네시스는 원래 '타도 벤츠'를 목표로 태어났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E세그먼트(Executive cars, 프리미엄 중형·준대형차급) 시장을 장악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를 잡기 위해 첫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적은 '상대적'으로 럭셔리 이미지가 강했던 벤츠 E클래스로 설정했다.

제네시스, 태생부터 "타도 벤츠"

에쿠스 [사진 출처 = 현대차]
1세대 제네시스(BH)는 지난 2008년 출시됐다. 2013년에는 2세대 제네시스(DH)로 진화했다. 제네시스가 2015년 현대차에서 독립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범하면서 제네시스 G80이 됐다.

제네시스 G80은 국내에서는 그랜저에 이어 '성공의 아이콘'이 됐다. '별'을 달면 타는 임원용 자동차로 자리잡기 시작해서다.

임원용 자동차시장을 먼저 장악한 그랜저보다 더 '급'이 높은 임원용 차가 됐다. 대기업에서 별이 1~2개면 그랜저, 3개 이상이면 제네시스 G80을 탔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제네시스 G80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나타났다. 지난 2016년부터 상대적으로 젊은 감성을 지닌 BMW 5시리즈를 따돌리며 수입차 판매 1위가 된 벤츠 E클래스다.

다이내믹한 감성을 좋아하는 30~40대가 선호하는 BMW 5시리즈와 달리 품격을 추구한 벤츠 E클래스는 제네시스 G80을 위협했다.

명품에 이어 벤츠 수요 폭발

벤츠 E클래스 [사진 출처 = 벤츠]
경제적으로 성공하거나 성공하는 40대 이상 남녀가 제네시스 G80 대신 벤츠 E클래스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명품 소비를 확산시키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와 파노플리(panoplie) 효과에 힘입어 벤츠 E클래스는 대박을 터트렸다.

밴드왜건은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적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편승 효과'를 의미한다.

파노플리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한다.

벤츠 E클래스는 2016년 6월 10세대 모델이 출시된 뒤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다. 2019년까지 G80보다 많이 판매됐다.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종별 판매대수를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G80은 2만2625대, 벤츠 E클래스는 3만9788대 각각 판매됐다. 벤츠 E클래스의 압승이었다.

G80, 14년 만에 벤츠 E클래스 잡았다

제네시스 G80 [사진 출처 = 제네시스]
절치부심. 제네시스는 지난해 3월 완전변경(풀체인지) G80을 내놨다.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 수입차보다 한 수 위인 편의·안전사양으로 높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갖춘 신형 G80 등장으로 마침내 '타도 벤츠'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됐다.

제네시스 G80은 지난해 5만4946대가 판매됐다. 전년(2만2625대)보다 142.9% 폭증했다. 벤츠는 3만3642대 팔렸다. 제네시스가 14년 만에 국내에서 벤츠 E클래스를 잡았다. 국내 프리미엄 차종 1위 자리에도 올랐다.

제네시스 G80은 올들어 반도체 대란으로 출고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판매가 증가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1~11월 판매대수는 5만3269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했다.

반면 벤츠 E클래스는 출고대란, 경쟁차종인 BMW 5시리즈와 아우디 A6의 거센 도전에 타격을 받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올 1~11월 판매대수는 2만3333대다. 지난해보다 1만대 이상 판매대수가 줄었다. 제네시스 G80이 벤츠 E클래스를 압도했다.

에쿠스 EQ900, 국내에서는 1호차였는데

제네시스 G90 스타더스트 [사진 출처 = 제네시스]
벤츠 E클래스를 잡은 제네시스는 다음 타깃을 벤츠 S클래스로 정했다. 벤츠 E클래스만큼은 아니지만 현대 에쿠스와 EQ900을 거치면서 '별 다섯'이 타는 '회장님차'로 정착했던 제네시스 G90의 자존심을 긁어놨기 때문이다.

현대 에쿠스와 제네시스 EQ900은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국산차 제왕'이였다. 내로라하는 기업체의 사장님과 회장님이 선호해 글로벌시장에서 플래그십 세단의 강자로 평가받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보다 국내에서 '1호차' 위상이 더 높았다.

제네시스 EQ900 부분변경 모델로 지난 2018년 출시된 G90도 회장님차로 기대를 모았다. 2019년까지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2019년에는 1만7542대를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42.9% 감소한 1만9대로 줄었다.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의 공습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벤츠는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벤츠 S클래스가 많이 판매되는 한국에 공들였다.

제네시스 G90은 지난해까지 자존심은 지켰다. 지난해 벤츠 S클래스(마이바흐 모델 포함)는 6324대, BMW 7시리즈는 2369대 각각 판매됐다.

"벤츠 S클래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벤츠 S클래스 세대별 모음 [사진 출처 = 벤츠]
올들어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 4월 신형 벤츠 S클래스가 나오면서 제네시스 G90 위상이 급격히 약화됐다.

우아한 클래식 세단 형태를 추구한 품격 높은 디자인, 벤츠의 첨단 기술을 쏟아 부은 편의·안전 사양을 앞세워 플래그십 세단을 공략했다.

수입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벤츠 S클래스는 올 1~11월 9111대가 판매됐다. 이미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반면 제네시스 G90 판매대수는 4788대로 쪼그라들었다. 전년동기보다 48.1% 감소했다.

탈 때보다 내릴 때 더 뿌듯한 '하차감 제왕'이자 '회장님차' 타이틀은 사실상 벤츠 S클래스 차지가 됐다.

신형 G90 "이름 빼고 다 바꿨다"

제네시스 신형 G90 [사진 출처 = 제네시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제네시스 G90은 '완전변경' 4세대 모델로 상처받은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제네시스는 신형 G90을 14일 공개한 뒤 오는 17일부터 계약을 받는다.

신형 G90은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품격 있는 실내외 디자인,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줄 첨단 주행 보조 기술, 이동 시간에 가치를 더하는 다양한 기술을 집약했다.

제네시스 신형 G90 [사진 출처 = 제네시스]
외관은 우아하면서도 당당하게 디자인됐다. 전면부는 신규 크레스트 그릴과 날렵한 두 줄 램프로 제네시스 정체성을 강조했다.

측면부는 럭셔리 세단 인상을 주는 파라볼릭 라인과 개방감을 고려한 DLO 라인으로 여유와 품격에 초점을 맞췄다. 후면부는 얇고 긴 두 줄의 리어램프와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디자인됐다.

실내는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라이버와 뒷자리에 앉는 쇼퍼드리븐 이용자를 모두 배려한 공간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운전석 공간은 제네시스의 실내 디자인 철학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신기술이 적용된 첨단 이미지와 아날로그 감성의 조화를 추구했다.

제네시스 신형 G90 [사진 출처 = 제네시스]
주행조건에 따라 차고를 다양하게 변경해주는 에어 서스펜션은 멀티 챔버 적용으로 주행 조건과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에어 스프링의 강성을 3단계로 조절한다. 도로 상황에 맞춰 적합한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제공한다.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모델은 세단 대비 190mm 긴 전장을 바탕으로 뒷좌석 도어와 C필러를 확장했다. 가격은 세단이 8957만원부터, 롱휠베이스가 1억6557만원부터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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