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장동 핵심' 유한기 씨 죽음으로 사라진 것들
얼마 전에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 수사를 받던 분 중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는데요, 대장동 사업 당시에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본부장으로 일했던 유한기 씨입니다. 12월 10일 새벽에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추락사로 밝혀졌고요, 유서도 남겼다고 합니다. 저도 상당히 오랫동안 법조 그리고 검찰을 취재하면서 큰 수사 때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아무리 여러 번 봐도 그때마다 늘 충격적이더라고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 '윗선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의 죽음
현재 검찰은 이재명 후보의 아랫선, 당시 성남시 산하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을 담당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실질적 일인자였던 유동규 씨까지 개입했다고 보고 유 씨까지 구속해서 재판에 넘긴 상태죠.
'황무성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과 '시장님'의 정체
황무성 전 사장은 2015년에 유한기 씨가 압박을 해서 실제로 자기가 물러났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 황무성 사장이 물러나면서 황무성 사장 밑에서 본부장으로 있던 유동규 씨가 사실상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총지휘하는 상황이 됐거든요?
그러니까 황무성 사장이 사퇴하면서 유동규 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장악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장악한 상황에서 유동규 씨가 화천대유 쪽에 특혜를 줬다는 게 일단 지금 검찰이 보고 있는 대장동 사건 특혜 의혹 구도입니다.
자 그럼 뜬금없이 황무성 전 사장을 물러나게 한 실질적인 책임자가 있을 텐데, 그러면 이 책임자는 결국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서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 사전 작업으로 황무성 사장을 몰아낸 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거죠.
유한기의 '강요'냐 이재명 후보의 '직권남용'이냐
그러니까 황무성 전 사장 물러나라는 요구는 윗선, 시장님의 뜻이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한 거죠. 아까 황무성 사장 사퇴 요구한 사람이 결국, 대장동 특혜 의혹 전반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제가 했죠? 그래서 이 황무성 사장 사퇴에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 유한기 씨가 등장하는 이 의혹이 대장동 사업 윗선 개입 의혹을 밝히는 또 하나의 경로, 또 하나의 열쇠가 될 수도 있었던 겁니다.
물론 이 녹음파일이 공개된 이후에 이재명 후보 측은 황무성 사장에게 사퇴 종용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해명을 했어요. 근데 이러면 유한기 씨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더 어려운 처지가 될 수가 있어요. 일단 유한기 씨가 찾아가서 압박을 해서, 시장님 뜻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서 황무성 사장이 사퇴를 한 사실은 있잖아요. 근데 만약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유한기 씨가 그런 이야기를 꾸며내서 한 것이 되면 유한기 씨 혼자 강요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해악을 고지해서 의사에 반하는 일을 하게 한 거니까요.
근데 만약에 유한기 씨가 당시 시장님 뜻을 받들어서 그 뜻을 전달만 한 거라면, 유한기 씨는 형사책임을 면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재명 후보 측 이야기가 거짓이 될 수가 있죠. 그리고 이재명 후보 등과 관련해 시장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한 혐의, 즉 직권남용 혐의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한기 씨 개인의 입장에서는 아주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선거죠.
이제는 사라진 연결고리…"그러나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
게다가 이 황무성 사장 사퇴 압박 의혹 사건의 공소시효, 직권남용이나 강요의 공소시효가 내년 2월까지였거든요? 내년 2월이면 대선 바로 직전이죠. 따라서 이 사건은 검찰이 아무리 뭉개고 처리를 연기하고 싶어도 누구의 책임인지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결론을 냈어야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데 유한기 씨 사망으로 결론 못 내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죠.
돌아가신 분은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랫동안 법조 영역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도 진실은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박근혜 정부 때도 김영한 민정수석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분이 남긴 업무 수첩이 나중에 공개돼서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누구도 명확히 알 수가 없지만 고인의 안타까운 선택에도 불구하고 언제가 어떤 형태로든 진실은 드러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촬영 : 신동환 / 편집 : 차희주 / 제작 : SBS D콘텐츠기획부)
임찬종 기자cjy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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