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전국 확산 턱밑까지 왔는데..역학조사 손놓은 방역당국

최정석 기자 2021. 12. 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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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미크론 역학조사 세부내용 공개 않기로
확진자100명 넘어서면서 개별사례 의미없다 판단한 듯
김윤 "확진자 5만명 영국도 역학조사하는데"
정기석 "전국 확산 막으려면 역학 조사 필수"
정부가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상황을 고려해 전 국가·지역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한 달 더 연장했다. /연합뉴스

14일 0시 기준 오미크론 확진자가 119명을 기록했지만, 방역 당국은 전날(13일)부터 오미크론 감염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누적 감염자 숫자만 공개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역 당국의 중환자 의료 역량은 물론이고, 역학 조사 여력까지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 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변이 차단에 아예 손을 놓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 정부, 오미크론 역학조사 세부사항 발표 중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오미크론 확진자는 총 119명으로 전날(114명)에서 5명 늘어났다. 이 중 2명은 각각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나이지리아에서 들어온 해외유입 확진자이고, 나머지 3명은 국내감염이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국내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2일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 및 국내 발생 현황’ 자료를 통해 개별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내용을 공개해 왔다. 확진 순서에 따른 오미크론 확진자 개개인의 연번과 이에 대한 자세한 감염 경로, 백신 접종력, 시·도 단위 거주지 등이 ‘오미크론 변이 관련 현황’ 항목 등이었다.

그런데 질병청은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전날(13일)부터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누적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개별 사례에 연번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역학적 상황을 설명하는 게 더 낫다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번호를 매겨 관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결정에 방역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오미크론이 수도권과 전라도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이 머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 당국이 역학 조사에까지 손을 놓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고, 역학 조사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으면 대비도 어렵다.

◇ “이런 식이면 개인 차원 방역 대책도 못세워”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정부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역학조사 세부내용을 알아야 국민들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어디서 어떻게 퍼지는지를 확인하면서 개인적 차원의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확진자가 5만명씩 나오는 영국도 역학조사를 한다”며 “우리도 당연히 최선을 다해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금처럼 입국제한과 거리두기 강화를 하지 않는다면 오미크론을 막는 방법으론 백신 접종과 역학조사 강화뿐”이라며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오미크론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역 인근 거주민에게 3차접종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외국인 입국을 아예 차단하거나 시·도 간에 락다운(봉쇄)을 거는 등 매우 강력한 수준의 거리두기 방침이 내려온다면 반년까진 오미크론 전국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방역 조치를 강화해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3차접종을 독려하고 역학조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 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막으려면 역학조사, 거리두기, 백신접종 필수”

일부 전문가들은 이르면 한 달 안에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을 확산될 것으로 봤다. 정기석 교수는 “델타 변이는 6월 말 점유율이 3%대였다가 8월 말엔 90%까지 치솟으며 우세종이 됐다”며 “오미크론은 현재 델타보다 전파력이 2~3배 빠르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우세종이 되기까지 채 2달이 안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실상 지역감염은 이미 시작된 거나 다름 없으며 퍼지는 속도를 늦추려면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거리두기와 3차접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대로라면 한 달 안에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델타와 비교해 잠복기(감염자에 노출된 시점부터 증상이 발생하기까지 기간)는 비슷하지만 전파력은 최대 2배 빠를 수 있다. 오미크론 잠복기는 4.2일, 델타는 3~5일이다. 그런데 감염자 한 명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인 ‘세대기(전파력)’는 오미크론이 2.8~3.4일이고, 델타는 2.9~6.3일이다.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인천 목사 부부에서 첫 확인된 오미크론은 서울을 넘어 전북 전남으로 확산되고 있다.지난달 이란에서 입국한 유학생 A씨가 지난 10일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뒤, A씨와 접촉했던 형수, 조카 2명, 조카가 다니던 완주군 어린이집 종사자 1명까지 총 4명도 잇따라 감염됐고, 이후 해당 어린이집 종사자, 원생, 원생 가족 등까지 감염됐다.

A씨→A씨 가족→전북 어린이집→가족모임→전남 어린이집 순서로 5차 감염까지 진행되면서 전남 함평군과 서울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날까지 누적된 오미크론 확진자 수는 지역별로 인천 51명, 서울 9명, 경기 5명, 충북 1명, 전북 27명, 전남 3명이다. 이 밖에 23명은 검역 단계에서 확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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