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잘했다? 외국 같으면 폭동"..이재명 '脫문재인' 본격 시동, 친문 '부글부글'

박정엽 기자 2021. 12.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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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나는 문재인 아니다"
10~13일 TK 순회 일정 내내 文정부와 차별화
野 "文도 '법정 세운다' 할 사람"
진중권 "文-李 지지율 역전시 '文때리기, 野저리가라'일 것"
“저는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다.”
“전 세계에서 방역 잘한다고 칭찬받는데 방역 그거 누가했나, 사실 여러분들이 했다. 나라가 뭐 마스크를 하나 사줬나, 소독약이나 체온계를 하나 줬느냐. 다른 나라 같으면 마스크 안 사주고 ‘마스크 써라’ 하면 폭동이 난다.”
(10일 경북 경주)
“코로나 국면에 저금리로 빌려줬는데 이게 다 빚이다. (정책을) 혼용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돈 빌려주는 것만 주로 해서 소상공인이 시간이 지나면 파산하게 생겼다.”
(13일 경북 성주)

지난 10~13일 대구·경북(TK) 지역 순회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꺼낸 말들이다. “나는 문재인이 아니다”라는 ’탈(脫)문재인’ 선언 뒤에 이어진 이 후보의 발언에 ‘폭동’과 ‘파산’이 등장했다. 야당 후보가 한 말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도가 셌다. 단순히 강도만 셌던 것이 아니다. 이 후보는 부동산, 에너지, 소상공인 정책부터 방역 정책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의 국정 전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10일 오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K방역’이라고 부르며 가장 큰 성과로 꼽는 코로나 방역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일 경북 경주의 ‘황리단길’ 즉석연설에서 “나라가 뭐 마스크를 하나 사줬나, 소독약을 하나 줬느냐, 무슨 체온계를 하나 줬느냐”라고 하면서 “우리 국민이 위대하다”고 했다. 지난 13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논란과 관련 “발표 과정에서 ‘왜 청소년 접종이 필요한지’ 과학적인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며 “백신 효과성·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 불식 및 보상·지원 강화 방안이 먼저 제시됐어야 한다”고 했다.

9일 기자회견에선 백신 부작용 우려와 관련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국가가 증명하지 않는 한 완전하게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했다. 자칫 ‘안티 백서’를 자극할까봐 야당도 금기시하는 ‘백신 부작용’ 문제를 여당 대선후보가 직접 언급하고, 정부 책임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이 후보는 코로나 방역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 지원 문제에서도 ‘파산’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꺼냈다. 13일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소상공인 지원 문제에 대해선 “(정책을) 혼용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돈 빌려주는 것만 주로 해서 소상공인이 시간이 지나면 파산하게 생겼다”고 했다. 정부 정책이 잘못돼 소상공인이 망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어 “다른 나라는 주로 현금 지원을 했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안 했다”라며 “현금지원보다 더 중요한 게 매출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소비쿠폰을 동네에서 쓰라고 하는 방식”이라며 자신의 대표 공약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 관련 비판은 야당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0일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 체제 안에 있어서 그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지금 서울 집값 올라서 생난리가 났다. 공급을 늘렸어야 하는데 수요를 억제하다 보니 동티가 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2일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현 정부 들어 강화된 정책 기조와 반대로 가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 정도 한시적으로 유예해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자고 했다.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를 부분적으로 조정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이 후보는 “지방을 다니다 보니 500만원 짜리 시골 움막을 사 놓았더니 그것도 주택으로 쳐서 2가구라고 종부세를 중과하더라며 억울하다고 하더라”고 전하고,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 그런 부분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지난 11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 초기 단계에서 백지화된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대해 “정책 결정은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고 국민들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안 하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안 한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이라고 했는데 ‘감(減)원전’ 정책이라고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문재인 정부 ‘차별화’ 발언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불만 기류가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부분 누가 말했는지 잘 살피지 않으면, 야당 후보의 발언인가 생각할 정도로 선동적 표현들”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의원이 지난 10월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 국정감사에서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현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진성준 의원이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이 후보를 반박했다. 진 의원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안과 관련 “그것은 후보의 구상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주택자 양도세는 완화할 이유가 없다”면서 “집을 팔아서 그만큼 불로소득을 얻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게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실제로 다주택자 양도세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책라인에서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후보의 뜻이라고 해도, 당정의 정책라인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당의 대선 후보에 대한 공개 반박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은 공식적으로는 ‘역할론’을 근거로 이 후보의 주장의 의미를 축소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고 현재 선대위 정무실장을 맡은 윤건영 의원은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돌파해야 될 그런 역할과 임무가 있다”며 “정부 여당은 정부 여당의 길이 있고, 청와대는 청와대의 길이 있다. 각자의 길을 가면 된다”고 했다.

야당은 이같은 여권내 혼란상을 즐기는 분위기다. 차승훈 국민의힘 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거를 위해서라면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겠다’라고도 얼마든지 몰아세울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온통 ‘표만 되면 뭐든 얼마든지 다 한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으니 민주당 내 친문 당원들이 두려움에 떠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며 “선거용 ‘제물’을 의미하는 인신공희(人身供犧)가 문 대통령만큼은 피해갈 것이라 누가 장담할 것인가”라고 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이 후보가 애들리브로 내세우는 공약들은 대부분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주장해 왔던 것들”이라면서 “(이 후보는) 위인전 문화 동원해 자신의 입지전으로 선거를 치르려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자유주의적 정체성, 진보적 가치지향, 뭐 이런 거, 그에겐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외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필요 없으면 누구보다 먼저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분”이라면서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에요. 필요하다면 온갖 칭송을 다하다가도 필요없다는 판단이 들면 가차없이 버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이 자기 지지율보다 높다. 그래서 깔짝깔짝 간만 보는 것”이라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앞으로 국정지지율이 자기 지지율 아래로 떨어지면 아마 볼만 할 것이다. 대통령 때리기가 아마 국힘 저리가라일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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