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병 주고 약 주는 방역대책
확진자 급증에 방역패스 도입
백신 안 맞고 가는 학교 놔둔 채
학원 막아 갈등 불러 대안 필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제 좀 적응이 돼 덜 이상하다고 느낄 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일상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특히 지하철 혼잡시간에 마스크를 쓴 수백명의 사람이 눈만 살짝 보이는 상태로 휴대전화를 보며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 채 계단을 올라오는 장면은 과연 인류가 지금까지 꿈꿔 왔던 삶이 고작 이거밖에 안 되는지 한숨을 짓게 한다.
하지만 방역패스 대상 시설에 청소년이 주대상인 학원이 포함되며 청소년과 그 가족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입시는 삶의 존재 이유이다. 더 나아가 청소년을 둔 가족에게 입시는 모든 물질적, 정신적 자원을 쏟아붓는 패밀리 비즈니스이다. 이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가족의 행복을 좌우한다. 대학의 의미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대다수 청소년에게 입시는 생애과정에서 처음 경험하는 인생의 사회적 변곡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입시는 학교 교육만으로 치러 내기 어렵다. 수능과 내신에 미치는 사교육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수능시험 이후 평가원에서는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은 학생이라면 풀 수 있다는 발표를 하지만 이는 대학에서 창업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애플을 창업할 수 있다는 논리적 비약과 다름없다. 학교 내신 역시 마찬가지이다. 모든 과목을 잘할 필요가 없다는 순진한 생각에서 출발한 과목별 내신제도는 해당 과목에서 무조건 4%, 11%를 가려내야 해서 학생이 알아야 하는 내용을 평가하지 않고 학생들 줄 세우기가 가능한 고난이도 문제로 평가를 시행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학생은 학원 강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학원이 학업성취도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입시는 근본적으로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식이 다른 집 자식보다 하나라도 더 문제를 맞히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하는 패밀리 비즈니스 관점에서 학원에 투자하는 수험생 가족의 선택은 지극히 합리적 결정이다. 문제는 이번 정권 들어 발생한 입시 관련 정책 실패는 수험생을 더욱 학원으로 내몰았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조국 사태로 불거진 문제를 공정 프레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주요 대학을 상대로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시가 수시에 비해 공정하다는 논리적 근거 없이 내린 정치적 결정이다. 갑자기 제도가 바뀌니 당황한 학생들은 정시 노하우가 풍부한 학원으로 달려갔다. 더구나 올해 처음 치러진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 문과생들은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해 수시를 포기하는 경우가 급증하며 입시 혼란은 증폭됐다. 이과생도 예외는 아니다. 생명과학II에서 초유의 채점 유보 상황이 생기며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며 학생이 학원에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청소년은 위험성이 낮으니 전면등교가 필요하다며 학원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등교를 추진했다. 그런데 준비가 부족한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니 정작 백신을 맞지 않아도 갈 수 있는 학교는 가만히 놔두고 훨씬 적은 시간을 보내는 학원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가지 말라는 모순된 결정을 내렸다. 백신의 청소년 대상 안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무작정 학원은 가지 말라 하니 학생과 학부모가 들고일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세계화 시대에 오미크론이 우리나라에 불과 며칠 새 전파됐듯이 코로나는 우리 모두의 협력과 동참이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다. 백신은 현재까지 발견된 코로나 극복의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하지만 기저질환으로 백신을 접종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듯이, 백신 접종에 동참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고 맞춤형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확진자 숫자 취합이 방역대책이 돼서는 안 된다. 청소년의 학업에 대한 걱정을 풀어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며 방역패스 정책을 시행해야 청소년을 코로나에서 보호할 수 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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