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은 평생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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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기억들이 있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지 못해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웠던 기억, 기성회비를 못 내서 학교에서 쫓겨나던 기억,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서 학교게시판에 매주 공개했던 학생들의 저축 막대그래프 중 가장 낮은 나의 그래프를 보며 창피했던 기억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픈 기억은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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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기억들이 있다. 학교에 도시락을 싸가지 못해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웠던 기억, 기성회비를 못 내서 학교에서 쫓겨나던 기억,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서 학교게시판에 매주 공개했던 학생들의 저축 막대그래프 중 가장 낮은 나의 그래프를 보며 창피했던 기억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픈 기억은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었던 일이다. 당시 공원 근처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있었다. 나도 급식소를 찾아가는 날이 종종 있었는데, 줄을 서서 기다릴 때 그 창피함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주 짧은 기다림이었지만 그 순간이 너무 부끄러워 무료급식소에 가지 않은 날도 있었다. 이제는 머릿속에서 흐릿해질 만큼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초등학교나 무료급식소를 지날 때면 당시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곤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그의 저서 ‘낙인(Stigma)’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부정적 고정관념인 ‘낙인’이 개인의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개인은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부담과 압박을 받아 본인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또 사회 소외계층의 낙인감은 가진 자에 대한 증오와 불만으로 표출돼 사회 전반의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는 하나의 정책이 정책 대상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에서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가장 괴로운 것은 배고픔보다도 자신의 가난과 배고픔에 대한 주변의 시선임을 파악하고 아이들이 주변의 시선에 다치지 않고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세심함이 공직자가 갖춰야 할 진정한 덕목일 것이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결식아동 급식제도가 아이들이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따뜻한 한 끼의 식사로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어린 시절 무료급식소에서 느꼈던,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창피함을 지금의 아이들은 떠올리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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