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첫날, 저녁에도 먹통 "준비도 안됐는데 무슨.."

한상희 기자 2021. 12. 13. 22: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신 맞았는데 왜 못믿나' 배째라 손님도.."일 늘어나 버거워"
질병청 "오늘은 방역패스 미적용".."4시간 만에 서버 정상화?"
식당·카페 등에도 ‘방역패스’가 본격 적용되며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첫날인 13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한 식당에 안내문이 붙어있다.2021.12.13/© 뉴스1 노경민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아까 점심시간에도 안 되더니 지금 또 안 뜨네요. 방역패스를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식당과 카페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 11종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13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보쌈집. 식당 직원이 손님에게 전자출입명부(QR코드) 인증을 요청했으나 앱이 완전히 먹통이 돼 접속이 불가능했다. 결국 직원은 구두로 백신 접종 여부를 묻고 손님을 맞았다.

이날 광화문의 유명 메밀집에서도 이날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접속 차질이 이어졌다. 기자가 방문한 무교동의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도 오후 7시를 전후해 약 20분 가까이 접속 지연 사태가 벌어졌다. 쿠브(COOV) 앱과 연동된 카카오톡 QR코드가 하얗게 변하기도 했다.

방역패스 적용 첫날인 이날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혼란이 이어졌다. 특히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시간 방역패스 앱이 오류가 나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중구 다동의 유명 국수집에서 식재료를 준비 중이던 직원 50대 A씨는 "오늘 점심시간에만 네 분 정도가 발길을 돌렸고, (방역패스가 먹통이 돼) 일일이 접종 여부를 확인하느라 평소보다 10~20분 정도 손님들이 더 기다려야 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다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30대 사장 B씨도 "휴대전화가 없으신 분들도 계실 테고 서버도 불안정한데 외국처럼 백신여권을 만들거나 해야지 이 상태로는 실현불가능한 정책"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식당에서는 이날 점심 시간 휴대전화를 사무실에 두고 온 손님 1명이 발길을 돌렸고, 오후 6시50분쯤에는 회사 동료 5명이 식당을 찾았다가 일행 중 일부는 QR코드가 뜨지 않아 인증에 씨름을 벌여야 했다.

B씨는 "점심에 보통 100~150명 정도 손님이 오는데 40·50대 손님들 중에도 QR코드와 쿠브 앱을 연동해 놓지 않은 분들이 많다. 수기는 안 되고, 안심콜을 해도 접종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저희 식당을 찾아주신 분을 돌려보낼 수 없어 믿고 손님을 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계도기간이 끝나고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서울시내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접종증명 발급 오류 화면을 보이고 있다. 2021.12.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광화문 메밀집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직원도 "쿠브 앱을 깔아달라고 하니 하지 않겠다고 버티시는 분들이 있었다. 특히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엔 일이 많은데 일일이 손님들에게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손님들도 불편하고 직원 입장에서도 일이 늘어나 버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역패스 계도 기간이 있었는데 점심에 이어 저녁에도 시스템 오류가 난 것을 보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장애 원인은 쿠브 서버가 위치한 KT DS 클라우드센터 접속 부하로 인해서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용 정상화를 위한 관련 기관 간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하자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8시쯤 "방역패스 시스템 과부화로 시설 이용에 불편을 드렸다. 오늘은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음을 알려드린다"고 말을 바꿨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는 "쿠브 앱 서버가 또 터졌다. 준비를 해놓고 하던가 서버 터지는데 뭘 검사하라는 거냐"라고 항의하거나 "약 4시간후부터 14일인데 4시간만에 서버가 정상화되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을 고려하지 못한 조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주고객이라 주로 안심콜과 수기 명부만을 이용해왔다는 중구 다동의 곰탕집 주인 유모씨(60대)는 "나이 든 분들은 QR코드 자체를 어려워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매출도 안 좋은데 백신패스까지 하라고 하니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종각역 인근 카페에서는 50대 남성 2명이 '쿠브에서 발급받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만 가능하다는 직원의 설명에 '백신을 맞았는데 왜 못 믿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방역패스는 차치하고 매출이 급락한 것이 문제라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이날 오후 식당 앞에 나와있던 추어탕집 주인 C씨(50대)는 "지금 홀 전체에 손님이 2명인데 무슨 혼란이냐"며 "코로나19 탓에 손님이 없어 방역패스로 어려움을 겪을 일도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14일부터 식당·카페·학원·영화관·공연장·독서실·PC방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반드시 백신 접종 완료일로부터 2주가 지났다는 증명서나 PCR 음성확인서 등을 제시해야 한다.

미접종자들의 꼼수도 등장했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2차를 맞은 지 얼마 안됐는데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하루만 친구 네이버로 로그인해서 방역패스 다녀도 안 걸릴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어차피 안 걸린다. 저도 친구 것으로 한 달 동안 잘 사용하고 있다"는 답변이 달렸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백신 끝까지 맞지 않고 지인 QR 도용해서 다니겠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용자는 방역수칙을 위반할 때마다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업주는 1차 위반 시 150만원, 2차 위반 때부터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해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손님은 벌금 10만원만 내겠지만 저희는 150만원부터인데 다 맞았다고 우기는 분들이 있어 참 힘들다" "손님이 거짓말하고 몰래 들어오면 업주는 잘못한 게 없어도 영업정지에 벌금"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angela02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