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선거, 그 속에서 헤집어 찾는 정의..영화 '킹메이커'

한미희 2021. 12. 1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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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변성현 감독 신작..선거 이야기로 해묵은 딜레마 질문
영화 '킹메이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도 정당화되는가. 오래된 딜레마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목적의 정당함, 즉 정의는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가.

액션 누아르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7)으로 유례없는 팬덤을 만들었던 변성현 감독이 신작 '킹메이커'를 통해 다시 한번 이 오래된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으로 개봉이 확정된 건 우연이지만,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가 겹쳐 보이는 영화를 통해 여전히 진흙탕 싸움 같은 선거판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건 시의적절해 보인다.

1960∼1970년대 대한민국 정치판과 선거를 소재로 삼고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정치극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같은 목적과 대의를 위해 만난 신념이 다른 두 인물의 관계와 그들의 고뇌를 파고들며 깊이 있는 드라마로 나아간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소신과 열정은 있지만 네 번이나 낙선한 야권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 앞에 정치 경력이라고는 전무한 서창대(이선균)가 이기도록 돕겠다며 찾아온다.

이북 출신인 그는 '빨갱이'라는 낙인에 진저리를 치며 북한 사투리를 싹 고쳤고, 약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라며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빨갱이' 세 글자만으로 선거 운동을 다하는 여당에 맞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밀어봐야 소용없다고 주장하는 서창대를 김운범은 '정의가 바로 사회의 질서'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로 비판한다.

서창대는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 플라톤의 말로 반박하고, 김운범은 그의 내공을 눈치챈다.

김운범의 선거를 돕게 된 서창대는 상대 후보가 숨겨둔 자식이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여당 선거운동원으로 위장해 유권자에게 선물을 줬다가 뺏는 등의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탁월한 감각으로 서창대가 만든 기회를 이용하거나 위기를 극복하며 선거에서 내리 승리한다.

영화 '킹메이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내 소수파인 김운범이 서창대의 전략에 힘입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김운범과 서창대는 함께 꾸어온 꿈에 한 발짝 다가서는 감격을 누리지만 그 순간은 길지 않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면서 서창대를 겨냥한 당 안팎의 견제와 회유, 협박이 시작된다.

군부 정권이 내세운 안보 이슈로 수세에 몰린 와중에 김운범의 자택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슈를 이슈로 덮는 전략을 내놨던 서창대가 용의자로 몰리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향한다.

1961년 강원도 인제의 보궐 선거부터 1970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까지 엄창록이 이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승리는 영화에서도 서사의 큰 줄기를 이루지만, 후반부에 집중하는 건 김운범과 서창대가 대신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논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다가 단 몇 줄에 등장하는 선거 전략가 엄창록에게 호기심이 생겼다는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김운범을 비추는 빛이 강렬해질수록 그 그림자 속으로 침잠할 수밖에 없었던 서창대에게 무게를 싣는다.

엄창록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영화적 상상력을 풀어내고 장르적 재미를 만들어내는 토대가 됐고, 주연을 맡은 설경구와 이선균을 비롯한 주·조연 배우들의 탁월한 앙상블이 서사를 든든하게 쌓아간다.

수단의 정당성을 물었던 김운범 대 서창대의 구도가 '정의'에 대한 가치 판단으로 한발 더 나아갈 때, 서창대와 대립하는 건 여당의 선거 전략가 이 실장(조우진)이다.

믿고 보는 조연으로 이미 자리매김한 조우진은 품위를 지키는 듯한 태도를 유지하며 서창대가 믿는 대의와 정의를 비웃는 이 실장을 소름 끼치도록 강렬하게 구현해 낸다.

한없이 무겁거나 어려워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이 시선을 잡아끌고 과하지 않은 유머가 적절히 긴장을 풀어준다.

12월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킹메이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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