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사죄하라" 한평생 싸워온 이금주 할머니 별세
[앵커]
"우리는 계속 투쟁할 것이니 남에게 미루지 말고. 모두 같이 힘을 합해 투쟁합시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도와온 이금주 할머니가 직접 쓴 글입니다.
끝까지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않겠다 했던 이 할머니가 어젯밤(12일) 향년 102세를 일기로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고인이 한자 한자 기록한 천이백 명 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 사연은 참혹했던 그 시절 진상을 규명하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손준수 기잡니다.
[리포트]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남편은 갓 난 아들을 두고 일본에 군무원으로 끌려갔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전사 통지서뿐이었습니다.
[고 이금주 할머니/2003년 육성 : "유골을 받으려야 받을 길이 없습니다. 타라와섬에서 전사를 했기 때문에..."]
홀로 아들을 키워낸 이금주 할머니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알리기로 결심한 건 나이 일흔을 앞둔 1988년이었습니다.
집을 사무실로 활용해 강제징용 피해자와 가족 등 천273명을 직접 만나 피해 사실을 하나씩 손으로 적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이를 바탕으로 이른바 '천인 소송'과 '관부재판' 등 일본 사법부에 소송 7건을 제기했습니다.
80여 차례나 일본을 오간 이 할머니의 노력은 2018년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대법원 승소에 밑거름이 됐습니다.
[고 이금주 할머니/1992년 당시 : "계속 더 찾는다면 좀 더 앞으로 사망자 명단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수장된 '우키시마마루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강제 동원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며 정부의 피해 조사도 이끌어냈습니다.
[이국언/대표/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 "특별법을 만들고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켜서 늦게나마 피해자의 아픔을 살피도록 했던 그 원동력이었습니다."]
이금주 할머니 장례를 시민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한 시민모임은 고인이 생전 피땀 흘려 기록한 강제동원 피해 자료를 보존할 방안을 찾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손준수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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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수 기자 (handso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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