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평가까지 냉탕온탕..도마 오른 이재명의 실용주의
[경향신문]
전두환 경제 성과 발언에 호남 의원 “지역주의 이용 말라”
이 후보 “호평 전혀 아니다…용서 못 받은 중범죄자” 진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북에서 “전두환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가 맞다”고 한 발언을 두고 ‘이재명식 실용주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방문 지역의 정치 이념에 따라 ‘극과 극’ 평가를 내놓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주의를 부추긴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특히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에 대한 평가는 지난 10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전씨 옹호’ 발언에 대한 대응과 겹치며 내로남불 비판을 키우고 있다.
이 후보가 지난 11일 경북 칠곡군을 방문해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 전두환이 3저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한 것은 실용주의 기조의 연장이다. 이 후보가 발언 논란에 대해 12일 “다원적이고 실용적인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구·경북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적 레토릭”(한 중진 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오듯이 보수층 민심에 호소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
실제 이 후보는 13일 마무리된 3박4일간의 대구·경북(TK) 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업적을 치켜세우면서 TK 민심에 구애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서 열린 박 전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박태준 회장은 흔히 말하는 ‘산업화 토대’를 만든 분 중 하나”라며 “우리가 경제를 되살리고 지속 성장하는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선 박 회장의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 국가의 대대적 투자와 경제부흥 정책이 크게 도움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TK 일정을 마치는 소회를 밝히면서 “민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녀 본 바닥 민심은 그와는 좀 달랐다”면서 “TK 출신의 큰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십사 하는 제 부탁에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 발언이 득표 유불리만을 의식한 표퓰리즘,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전남에선 역사왜곡처벌법까지 만들겠다며 전씨를 학살자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TK에선 전씨 성과를 언급하며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호남 지역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광주에서는 이 후보의 (전두환 경제 평가) 발언에 의구심이 있다. 잘한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후보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나 민주당의 기본 가치에 반한다”며 “결과 지상주의에 함몰된 것이 아닌지, 지역주의를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많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논란에 대한 해명으로 전씨의 공과를 나눠봐야 한다는 이 후보 대응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희대의 내로남불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 윤석열 후보가 전씨에 대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고 하자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 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되나”라고 공격했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현근택 대변인은 “이 후보는 전씨에 대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중대 범죄’라고 못 박았다”며 “일부 발언만 두고 전두환을 찬양했다고 덮어씌우는 것은 지나친 억지”라고 반박했다. “말꼬리 잡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10월 윤 후보가 전씨 발언 논란 당시 “군사 쿠데타는 잘못됐다고 분명히 말했다. 앞뒤를 빼고 얘기한다”고 말한 것과 유사하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포항에서 “전두환을 호평한 건 전혀 아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역사적 중범죄자라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박광연·김윤나영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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