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테스트 - 티머시 가이트너 [고승범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헨리 폴슨 전직 미국 재무장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 연준 총재(이후 미 재무장관). 우리는 이들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한 3인의 주역으로 꼽는다.
이 중 한 명인 가이트너의 회고록 <스트레스 테스트>에는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속에서 금융당국의 고민과 지난한 극복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들이 당면한 핵심과제는 금융회사의 부실자산 처리와 자본확충, 그리고 예금자보호였다. 당초 재무부는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처리프로그램(TARP)으로 부실자산 매입을 계획했다. 그러나 부실자산 규모가 방대하고 가치평가도 어려워 은행들의 자본확충에 활용하게 된다.
그럼에도 금융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9년 재무장관으로 취임한 가이트너는 연준과 함께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이에 기반해 자본확충을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 테스트>에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던 주, 즉 ‘리먼위크(Lehman Week)’에 대한 상세한 기록도 등장한다.
2008년 9월12일 금요일, 폴슨 재무장관, 가이트너 뉴욕 연준 총재 및 월가의 주요 CEO들이 모인다. 리먼 브러더스 인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논의는 결렬됐다. 결국 9월15일, 글로벌 4위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을 신청한다.
이는 정확하게 100년 전 발생한 미국의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니커보커 신탁회사 파산으로 촉발된 1907년 위기 당시, 미국 최고의 금융가였던 J P 모건의 활약이 컸다. 미국에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 그는 주요 은행가들을 모아놓고 금융시장의 안정방안을 마련하여 파국을 막았다.
실제로 19세기 후반 이후 미국에서 10년에 한 번꼴로 반복되던 금융위기는 1913년 연준의 설립배경이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 금융안정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금융안정은 정부, 중앙은행, 금융감독당국 모두에게 중요한 책무다. 금융안정이 바탕이 되어야 금융발전도 가능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고승범 |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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