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먹통'에 식당 곳곳 실랑이
[경향신문]
손님 대기 줄 길어져 큰 불편
수기 명부 다시 사용하기도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코로나19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전국 곳곳에선 백신 접종 완료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관련 시설을 이용하거나, 안심콜과 혼용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특히 저녁시간까지 전자예방접종증명서인 ‘쿠브(COOV)’ 애플리케이션(앱) 접속 장애가 발생해 식당 앞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는 등 불편이 가중됐다.
이날 오후 6시쯤 찾은 경기 수원시의 번화가인 수원역 로데오거리 일대 식당과 술집 앞에서는 방역패스 인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 휴대전화를 들고 애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앱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일부 식당들은 아예 수기 명부를 가져다 뒀고 손님들은 명부에 이름만 적고 들어갔다. 이들에 대한 종업원의 백신 접종 확인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수원역 로데오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50대)는 “인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손님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수기 명부를 이용하고 있다”며 “일일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역패스 접속 장애로 인한 혼란은 이날 점심부터 시작됐다. 이날 낮 12시쯤 경기 수원시의 한 식당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모두 방역패스를 위해 QR 인증을 하려는 손님들이었다. 손님들은 관련 앱에서 연신 새로 고침을 눌렀지만 화면에는 ‘데이터가 유효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만 떴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쿠브 앱에 접속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쿠브와 연동돼 접종 이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네이버·카카오의 QR 인증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식당 종업원은 “12시쯤 되니 QR 인증이 안 된다는 손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안 그래도 백신 접종 여부까지 확인해야 해서 혼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고령층들도 방역패스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70대 남성 B씨는 음식을 주문한 뒤 한참 동안 휴대전화를 쳐다봤다. 키오스크 주문엔 성공했는데 백신 접종 확인을 받느라 애를 먹은 것이다. 서울 양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워 백신 접종 확인 스티커를 받으려는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오전에만 30명 정도가 주민등록증 등에 붙일 스티커를 발급받았다”며 “1시간에 평균 10명 이상씩 스티커를 찾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여전히 QR코드 인증·안심콜 전화와 방역패스를 혼용했다. 종로구 낙원동 고깃집을 혼자 찾은 손님은 QR코드 인증 안내를 받고도 안심콜을 건 뒤 식사했다.
이삭·김태희·김향미·반기웅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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