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old] 볼보이의 센스? 과도한 시간 지연은 '비매너'다

편집팀 2021. 12. 1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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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유럽 축구에서는 종종 볼보이가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13년 1월 24일에 열렸던 스완지 시티와 첼시의 리그컵 4강 2차전이다. 당시 첼시의 ‘에이스’ 에당 아자르는 후반 33분 볼을 안고 경기를 지연시키는 볼보이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고, 즉각 퇴장을 당했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이 났고, 합계 스코어 2-0으로 스완지가 결승에 진출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경기 후 아자르, 볼보이의 충돌이 화제가 됐다. 아자르가 볼보이를 걷어차자 스완지 홈 팬들은 거센 야유를 보냈고, 냉정함을 잃은 아자르를 향해 비난 여론이 거셌다. 그러나 볼보이의 행동도 옳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유럽 무대에서는 이런 해프닝이 종종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볼보이가 화제의 중심으로 선 적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예의를 중요시하고, 손님을 대접하는 문화가 있는 한국에서는 논란이 될 만한 일들이 크게 나오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나온 볼보이의 행동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홈 어드밴티지라는 주장과 비매너라는 이야기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번 강원 볼보이의 행동은 센스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비매너일까?

# 때로는 볼보이의 센스가 기적 같은 승리를 만들기도 한다


볼보이의 행동이 기적 같은 승리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 최근 화제가 됐던 경기는 2경기다. 먼저 안필드의 기적. 리버풀은 지난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와 4강전은 한편의 드라마였고, ‘안필드의 기적’이라 불리고 있다.

당시 리버풀은 4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 0-3 완패를 당하며 결승 진출이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린 2차전에서 전반 7분 오리기, 후반 9분 바이날둠, 후반 11분 바이날둠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적은 후반 34분에 일어났다. 리버풀의 라이트백 아놀드의 크로스가 바르셀로나 수비수인 로베르토를 맞고 코너킥으로 연결됐고, 순식간에 바르셀로나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이때 볼보이였던 오클리 캐노니어가 빠르게 공을 던져줬고, 아놀드는 바르셀로나 수비진이 정비되기 전에 빠른 코너킥을 시도했다. 이것을 오리기가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결국 리버풀이 4-0 승리를 거두며 결승 진출 티켓을 따냈다. 이후 리버풀은 결승전에서 토트넘을 꺾으며 빅이어를 품을 수 있었다.

안필드의 기적을 도운 볼보이 캐노니어는 리버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캐노니어가 리버풀 유스 팀에서도 잠재력이 높은 선수로 평가받고 있었기에 팬들의 반등은 더 뜨거웠다. 12세 때 리즈 유나이티드를 떠나 리버풀에 입단한 캐노니어는 리버풀 유스 팀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결국 프로 계약까지 체결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된 경기는 지난 2019-20시즌 UCL 조별리그 5차전 토트넘 훗스퍼와 올림피아코스의 경기였다. 당시 토트넘은 4-2로 승리를 거두면서 16강 진출을 확정했는데, 후반 5분 해리 케인의 동점골 장면에는 숨은 공신이 있었다. 6시즌째 토트넘 볼보이로 활약 중인 칼럼 하인스다. 하인스는 상대 수비가 공을 걷어내자마자 자신이 들고 있던 공을 오리에에게 건넸다. 오리에의 빠른 스로인은 곧바로 모우라를 거쳐 케인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무리뉴 감독은 하인스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고 포옹했다. 토트넘 홈팬들은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박수를 보냈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무리뉴는 “오늘 그 볼보이는 대단했다. 경기를 읽을 줄 아는 아이다. 우리 라커룸으로 부르고 싶었지만 끝나고 찾아보니 없었다”며 볼보이의 민첩성을 극찬했고, 이후 볼보이를 초대해 선수단과 식사를 할 수 있게 했다.

# 강원 볼보이의 과도한 시간 지연, ‘비매너’다


위에 같은 사례처럼 볼보이의 센스 있는 행동이 기적 같은 승리를 만들 수 있고, 이런 행동은 모두의 찬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라면 큰 비난도 받을 수 있다.

강원과 대전의 상황을 자세히 보자. 경기는 분명 명승부였고,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역대 최고의 경기였다. 0-1 상황을 뒤집은 강원 선수들의 저력, 홈팬들의 뜨거운 열기, ‘승부사’ 최용수 감독의 지략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져 명승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볼보이의 행동은 옥에 티였다.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하며 한 골이 다급해진 대전이 빠르게 공격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강원의 볼보이들은 쉽게 공을 내주지 않았다. 특히 김동준이 골킥을 시도하기 위해 빨리 공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강원의 볼보이는 공을 반대로 던졌다.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후반 30분 공이 밖으로 나간 상황에서 빠른 스로인을 하기 위해 대전의 혼돈 코치가 볼보이에게 다가가 공을 달라고 했지만 볼보이는 공을 안고 주지 않았다. 이후 대전의 코칭스태프가 강력하게 항의했고, 강원 프런트들은 볼보이에게 주의를 주는 모습도 나왔다.

명백한 시간 지연. 그것도 과도한 시간 지연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끄는 것은 홈어드밴티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후반 30분 볼보이의 행동은 분명 과도했다. 경기 후 이민성 감독도 “볼보이 문제는 원정인 것을 감안해야겠지만 깨끗하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많은 팬들이 오신 경기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강원의 최용수 감독과 이영표 대표이사는 “전 세계에 어디에든 홈 어드밴티지는 있다”면서 논란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분명 강원 볼보이의 시간 지연은 과도했고, 고의적으로 공을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만약 강원이 중요한 원정 경기를 치르는데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때도 홈 어드밴티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앞으로 K리그의 모든 팀들이 볼보이의 시간 지연을 지시할 수 있게 되고, 팬들의 분노는 더 커지게 된다.

현재 K리그에는 볼보이 문제로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K리그는 팬들에게 재미있고, 다이내믹한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 플레이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시간 지연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 이번 강원 볼보이 사건은 ‘센스’가 아닌 ‘비매너’다.

글=포포투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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