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손실 17조원.. 중국에 발목잡혔다, 손정의 '잔인한 계절'

최인준 기자 2021. 12. 1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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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조선일보DB

‘투자의 귀재’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하 소뱅그룹) 회장이 중국발 리스크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가 투자한 디디추싱·알리바바 같은 중국 테크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규제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하며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 AI(인공지능) 얼굴 인식 업체 센스타임은 미국 정부의 투자 금지 리스트에 올랐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 투자의 중국 기업 비율을 크게 낮추며 손실 최소화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 업계에서는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中 투자 비율 15%로 줄여

손 회장의 투자 실적은 최근 2~3년 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 상장 실패와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실적 악화, 코로나 충격파까지 겹치면서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2020회계연도에는 쿠팡·도어대시 등 투자 기업이 상장하면서 일본 기업 사상 최대인 52조원의 연간 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내년 3월 결산을 앞둔 2021회계연도 투자 성적표는 ‘추락’ 수준이다.

올 7~9월 3개월간의 소뱅그룹의 전체 투자 손실(약 17조2500억원)은 역대 최악이었던 2019회계연도 전체 손실(약 14조67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주요 투자처인 중국 기업의 실적 악화가 결정적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데이터 유출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압박에 지난 3일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디디추싱 주가가 반 토막이 나면서 최대 주주인 비전펀드는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소뱅그룹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와 3분기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최근 한 달간 주가가 24% 하락했다. 투자 성과에 따라 움직이는 소뱅그룹의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21% 넘게 하락했다.

손 회장은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보장했던 중국 기업들을 투자 리스트에서 정리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비전펀드2호는 중국 기업 투자 비율을 25%에서 15%(9월 기준)로 줄였다. 대신 지난해 3%에 불과하던 유럽 투자 비율은 28%, 미국은 42%로 늘렸다. 비전펀드는 지난 10월부터 일본 기업에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손정의 투자 방식 한계

비전펀드의 투자 실적이 악화되면서 투자 업계에서는 이른바 ‘손류(孫流)’라 불리는 손 회장의 투자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적자를 무릅쓰고 특정 기업에 투자금을 쏟아부어 경쟁자를 없애고 관련 시장을 장악한 뒤 기업 가치가 오르면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매년 큰 적자를 내는 쿠팡에 지난 2015년부터 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3월 쿠팡 상장 이후 지분 가치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최근 쿠팡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소뱅그룹은 지난 9월엔 2조원가량의 쿠팡 지분을 매각했다. 지난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맺은 47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업체 ARM 매각 계약도 최근 미국·유럽의 반대로 좌초 위기에 몰리면서 향후 투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마르셀로 클라우레 소뱅그룹 최고운영책임자가 손 회장과 투자 방식을 두고 갈등을 겪다가 퇴사를 선언했다”면서 “손 회장과 투자 철학을 공유하면서 비전펀드를 이끌어나갈 사람이 점점 사라지는 것도 손 회장에겐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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