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돋보기] 늦어지는 도의원 선거구획정..대안은?

김익태 2021. 12. 1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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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제주 사회의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방선거가 여섯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도의원 선거구조차 정하지 못했어요.

[기자]

법률에 따르면 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일 6개월 전까지, 그러니까 12월 1일까지 도지사에게 제출해야 하고, 도의회가 이를 받아서 조례를 개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하지도 못한 상탭니다.

[앵커]

선거구를 정하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유권자 1명의 표의 가치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문입니다.

모든 표의 가치를 1대 1로 맞출 수야 없겠지만, 헌법재판소는 선거구간 인구비례를 최대 3대 1 이내로 맞추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4년 전 선거구를 적용하면 헌법 위반이고, 선거해도 무효가 됩니다.

뉴스를 많이 접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제주시 한경-추자 선거구와 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 선거구는 인구가 적어서 다른 선거구와 통합해야 하고, 반면 인구가 많은 아라동과 애월읍은 선거구를 분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자기 지역구가 사라지는걸 좋아할 유권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선거구획정위원회도 그런 민원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다보니, 선거구획정 제출 시한을 지키지 못하는 현상을 반복하는 겁니다.

[앵커]

대안은 없나요?

도의원 숫자를 늘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가장 간단한 방법이긴 하죠.

현행 제주특별법엔 제주도의원 정수를 교육의원 5명을 포함해 43명 이내로 정하고 있는데요.

이 숫자도 4년 전 똑같은 논란 때문에 법률을 개정해 41명에서 두 명을 늘린 겁니다.

이번에 이 숫자를 43명에서 46명으로 늘리자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송재호 의원을 대표발의로 해서 지난달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만약 이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구가 많은 아라동과 애월 두 개 선거구를 네 개 선거구로 나누고, 비례대표 1명을 늘리는 방식으로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가능성은 있나요?

[기자]

이 안건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전국의 광역의원 정수 문제와 함께 다루게 되는데요.

정개특위는 지난 9일에야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국회가 대선 국면에 접어든 상태라 대선이 끝나고 나서 관련 안건을 처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서두른다고 해도, 4월쯤 될까요?

[앵커]

6월 1일 지방선거를 한두달 앞둔 상태에서 결정된다는 말인데.

부결되면 큰 혼란이고 법률 개정에 성공한다고 해도 앞으로 인구 변동 때마다 도의원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건가요?

[기자]

이번에 법률을 개정한다고 해도 4년 후에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도의원 정수를 법률이 아니라 조례로 정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민 여론이 도의원 숫자를 늘리는 데 대해 부정적이라는 게 또 문젭니다.

[앵커]

다른 지역에선 폐지한 교육의원 정원을 도의원 정수로 흡수 통합하는 방안도 있지 않나요?

[기자]

그것도 하나의 대안이긴 합니다.

교육의원 제도는 제주에서 처음 도입했다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지만, 여러 부작용 때문에 다른 지역에선 모두 폐지했죠.

제주에만 남아있는 제도인데요.

하지만 교육 자치, 교육의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은 교육의원 제도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법률 개정도 쉽지 않다, 교육의원 정수를 흡수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건가요?

[기자]

예,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조금 전 도의원 정수 권한을 조례로 정하자는 주장도 있다고 말씀드렸죠?

저는 이런 방식의 특별자치도 접근이 특별자치 도입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앵커]

중앙 권한을 지역으로 가져오자는 주장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죠?

[기자]

그 주장 자체야 문제가 없죠.

현재의 중앙집권 체제가 국가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 제도로 국가 체제를 변경해야 하는 건 중요한 목표이긴 합니다.

그 실험을 제주특별자치도가 하고 있고요.

그런데 가지고 온 권한조차 사용하지 않으면서 계속 중앙에다 제주에만 특별한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문젭니다.

[앵커]

그 얘기는 지금 특별법 권한으로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건가요?

[기자]

제가 말씀드리는 게 정답은 아닙니다만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제주특별법 37조엔 도의원 지역선거구에 관한 특례를 규정했는데요.

공직선거법에도 불구하고 도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도의원 선거구를 조례로 정하게 돼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도의원 지역구 선거구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제주에 권한을 준 겁니다.

[앵커]

공직선거법에 어떻게 규정했길래 제주에 자율적 권한을 줬다는 건가요?

[기자]

공직선거법엔 광역의회인 경우 법률로 선거구를 정하도록 하고, 한 선거구에서 의원 1명만 뽑도록, 즉 소선구제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기초의회인 경우엔 한 선거구에서 2명에서 4명까지 뽑도록, 즉 중대선거구제로 하고, 기초의원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선거구는 물론 의원정수까지 마련해서 제출하면 시도조례로 결정하게 돼 있습니다.

기초의회를 폐지한 제주도엔 이 두 가지 조항을 혼합 적용했는데요.

도의원 정수만 법률로 정하고, 나머지는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조례로 정하도록 권한을 준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제주도의원 선거에서도 한 선거구에서 4명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이군요?

[기자]

그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저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부산대학교 강재호 교수 등 지방행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그런 대안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내놓지 않는 거죠?

[기자]

지금 진행 중인 획정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가동 중인데요.

초반에 중대선거구제 주장이 나왔지만 바로 흐지부지됐습니다.

획정위원이기도 한 선관위 직원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더는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는데요.

당사자에게 물어보니 개인 의견이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제주특별법에 대한 유권 해석 권한은 선관위가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법제처에 있죠.

그런데 법령 해석도 의뢰하지도 않고 논의를 끝내 버린 겁니다.

[앵커]

제주도의원 선거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 어떻게 적용한다는 건가요?

[기자]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특성 때문에 전면적인 적용은 힘들겠지만 읍면지역에선 현행처럼 한 선거구에서 1명을 뽑되, 동지역에선 중대선거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 선거구에서 두 명을 뽑을 경우엔 기존 소선거구 제도와 비슷하게 제1,2 당의 후보만 당선되는 결과를 낸다는 겁니다.

따라서 서너 명을 뽑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이 경우엔 사표를 방지해서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정치의 장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선거비용이 더 들고 선거관리가 힘들어지는 단점도 있긴 합니다.

[앵커]

모든 제도가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는 게 당연한 건데, 사표를 방지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현행 소선구제도에선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되죠.

그렇게 되면 나머지 유권자의 표는 모두 의미 없는 표가 됩니다.

하지만 대선거구에선 4위를 해도 당선 됩니다.

그만큼 당선에 유효한 표가 많아지죠. 따라서 사표가 줄게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소수당 후보도 당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한국정치의 문제는 어찌 보면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자신들의 지지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제주도의원 선거 결과를 볼까요.

민주당은 54%의 지지밖에 못 받았지만 무려 76% 의석을 가져갔습니다.

자유한국당은 18%의 지지를 받았지만 겨우 5%의 의석을, 정의당도 12%의 지지를 받았지만 3%에도 못 미치는 의석을 가져갔을 뿐입니다.

물론 중대선거구제도 도입만으로 이런 승자독식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비례대표 제도와 맞물려야만 유권자의 지지만큼 의석을 반영하는 정의로운 제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만, 제주도가 현재 가지고 있는 특별한 권한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앵커]

결과를 그래픽으로 보니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네요.

[기자]

여당에선 자신들에게 유리하니까 원하지 않겠죠?

하지만 제1야당도 손해 보기는 마찬가집니다.

지금 여당도 현행 제도에서 선거에서 패배했을 경우엔 마찬가지로 부메랑을 맞게 됩니다.

이런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제주특별자치도가 하나씩 풀어나가 보자는 거죠.

지금 있는 권한부터 활용하고 점차 권한을 요구해야지, 있는 권한도 활용하지 못하면서 요구만 해서야 문제를 풀 수 있겠습니까?

[앵커]

듣고 보니 제주도가 특별자치에 걸맞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이미 획정한 시기도 넘겼습니다만 모레 다시 회의를 엽니다.

하지만 아직도 도의원 정수 증원만이 대안이라는 입장에 있다 보니 이번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모든 정치 개혁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최소한 지역선거구 제도에 대해서라도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k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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