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개발하는 코로나19 치료제 오미크론 변이도 대응한다

조승한 기자 2021. 12. 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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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국내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치료제로 개발되는 약물은 17종이다. 픽사베이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오미크론 변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새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변이에 상관없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을 재창출 방식으로 개발하거나 기존에 개발하던 치료제가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를 보는지를 시뮬레이션 등을 토대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개발하던 약물 적용 범위를 줄여 임상 결과를 보려는 기업도 나타났다.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승인을 받아 임상을 진행중인 품목은 총 17개이다. 1상을 진행중인 치료제는 3개, 2상을 진행중인 치료제는 7개, 2·3상 혹은 3상을 진행중인 치료제는 7개다. 지난달에는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일동제약, 대원제약이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승인받았다.

기존 약물을 활용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은 8곳, 신약개발을 택한 곳은 9곳이다. 9월부터 새롭게 임상시험을 시작한 기업 중에는 아미코젠파마, 대원제약,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약물재창출 방식을 택했다. 진원생명과학과 제넨셀, 일동제약은 신약개발 방식을 택했다. 진원생명과학과 아미코젠파마는 면역조절제 방식을, 다른 4개 기업은 항바이러스제제 방식을 택했다. 6개 기업 모두 캡슐제, 정제, 내용액제 등 경구복용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13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승인 현황.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 경구치료제 ‘CP-COV03’ 임상 1상 계획을 발표하고 투약일을 20일로 확정했다고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CP-COV03은 구충제 물질인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을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했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코로나19 감염 햄스터를 대상으로 수행한 효력시험에서 CP-COV03과 항염증제 덱사메타손을 경구제로 함께 투약하니 치료효과가 덱사메타손 단독보다 2.1배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덱사메타손은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로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이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러스가 아닌 숙주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원리를 갖고 있어 바이러스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바이러스 효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경일 현대바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CO-COV03은 세포 자가포식을 활성화해 세포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므로 변이와 관계없이 효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는 CP-COV03을 2상 신청때는 코로나19와 독감용으로 식약처에 신청해 두 임상을 병행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1상 임상에서 약물의 안전성을 입증하면 독감용 임상은 2상으로 직행한다는 것이다.

다만 니클로사마이드가 학계에서 주목받은 약물재창출 성분임에도 아직 코로나19 치료제로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과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대웅제약이 니클로사마이드를 주사제형으로 개량한 코로나19 치료제 ‘DWRX2003’의 임상 1상을 마쳤다. 환자 부족으로 중단된 필리핀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에서 임상 1상은 지난 4월 마무리했다. 그러나 1상 임상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바이오는 니클로사마이드의 낮은 생체이용률을 40배 이상 끌어올리기 위해 미네랄 기발 전달체를 활용한 약물전달기술로 효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생체이용률은 약물의 흡수량을 평가하는 지표다. 다만 이 경우 생체이용률이 높아진 만큼 인체 안전성 또한 다시 검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제약사들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치료 가능성 공개하고 있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S16001’을 개발중인 제넨셀은 8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치료 효과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ES16001은 국내 자생 식물인 담팔수 잎에서 추출한 후보물질이다. 애초 경희대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에서 대상포진 치료제로 개발을 추진하던 물질이다. 제넨셀은 지난 10월 국내 임상 2b상과 3상 계획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제넨셀에 따르면 ES16001은 지난해 인도에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했다.

이번에 제넨셀은 분자결합 분석법과 결합 예측 프로그램을 적용해 오미크론 바이러스 단백질과 ES16001 성분 간 결합 예측 실험을 한 결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결합력이 1.3배 가량 높아졌다고 밝혔다. 효과가 더 클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정용준 제넨셀 공동재표는 “향후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우점종이 되도 당초 계획대로 임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한 셀트리온도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고 지난달 밝혔다. 렉키로나 성분에 변이바이러스 대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된 후보항체 ‘CT-P63’물질을 더한 칵테일 흡이제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도 구조분석을 통해 CT-P63의 항원 결합부위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변이 부위와 겹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중화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여러 기업들이 실험실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약물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효과를 확인하고 임상에 진입하는 만큼,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능도 실제 약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해외 기업과 협업을 통해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들도 등장했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개발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의 임상 2·3상을 지난달 17일 승인받았다. S-217622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 3CL-프로테아제를 억제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식이다. 제약사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와 같은 방식이다. 무증상 환자와 경증과 중등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을 진행한다. 글로벌 임상 전체 참가자 모집 수는 2019명이다.

대원제약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DWTG5101’ 국내 2상을 승인받았다. 대원제약은 약물재창출 방식을 통해 고지혈증 치료제 ‘티지페논’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티지페논의 주성분인 페노피브레이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을 차단한다는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결과가 올해 7월 발표된 이후 개발이 진행됐다. 대원제약은 최근 사우디 시갈라 그룹과 코로나 치료제 중동시장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3일 밝히기도 했다.

반면 임상 참가자를 구하지 못하자 임상 계획을 변경하고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대웅제약은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중인 ‘DWJ1248’의 코로나19 예방 목적 국내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8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DWJ1248은 사람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막는 후보물질로 국내에서 임상 3상 진행 중이었다. 대웅제약은 중단 결정 사유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증가에 따라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대상자 모집과 등록 어려움으로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경증과 중등증,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은 이어간다는 목표다. 다만 바이러스가 이미 세포에 상당 부분 진입한 후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바이러스 세포 진입을 막는 방식이 증상이 나타난 후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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