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치르는 마음" 설경구·이선균, 흥행판 흔들 '킹메이커'

조연경 기자 2021. 12. 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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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영화의 변주'를 꾀한다. 민주주의 열망이 들끓었던 그 시절, 선거판을 배경으로, 정치라는 소재를 차용했고, 모티브가 명확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흔히 봐 오던 정치 영화의 카테고리에서는 살짝 벗어났다. 어디에든 존재하는 '그림자'와 목적을 위해 달리는 수단의 정당성을 선거판과 정치적 상황에 빗대 조금 더 수면 위로 끌어냈다.

13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베일을 벗은 영화 '킹메이커(변성현 감독)'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시의적절하게 개봉하는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감독과 배우가 노렸던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스토리 역시 예상하는 지점과는 꽤 다를 터. 직접적인 선거에 초점을 맞춘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만의 지리멸렬한 싸움을 보며 어떻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현실 세계관과 연동한다면 장기판 위에 놓여있는 말로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통한 공감 버튼을 누르게 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던 중 '선거의 귀재'로 표현되지만 단 몇 줄 밖에 쓰여 있지 않았던 묘령의 인물이 눈에 띄어 '킹메이커'를 최초 기획하게 됐다는 변성현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기 좋은 키워드였다. 명확한 기사 자료보다 소위 말하는 야사, 썰 위주의 구전되는 이야기가 많은 인물이라 장르적으로 접근하기도 용이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모티브가 되는 실존 인물들이 존재하지만 이름을 바꾼 이유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정확하게 담아내기 위함도 있었다. 변성현 감독은 "정치적 시대 배경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다"고 단언하며 "'올바르다고 믿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올바르지 않은 수단도 정당한가? 정당할 수 있다면 그 선은 어디까지일까'라는 것이 내가 늘 고민해 왔던 물음이다"고 말했다.

변 감독은 "도덕적인 딜레마이기도 한데,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었던 질문이다. 정치와 시대는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품을 만들며 그 시선을 바꾸는 작업도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 속에 녹아 들어가는 질문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했다"며 "그럼에도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신경 쓴 만큼 제일 잘 담아냈고, 흡족하다"고 강조했다.

변성현 감독의 자신감은 영화로 고스란히 증명된다. 영화 속 김운범과 서창대가 정치를 통한 본인의 신념과 대의에 인생을 걸었다면, 설경구와 이선균은 배우 인생을 걸고 어려운 연기를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연기 능력치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는 연설과 독백, 주어진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며 관객을 이끌고 또 설득시킨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김운범 캐릭터는 믿고 보는 배우 설경구가 맡았다. 영화 속 김운범은 수차례 낙선했음에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물. 승리를 위해서는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믿는 그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뜻을 함께한 선거 전략가 '서창대'와 손을 잡고 선거판을 뒤흔들며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결단력과 리더십이 빛나지만, 독선적이고 강압적이지는 않은 카리스마. 대범한 정치인의 면모가 설경구를 통해 완성됐다.

"김운범 캐릭터는 모티브가 되는, 우리나라의 위인 같은 분이 계셔서 애초부터 모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토로한 설경구는 "그 분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에서 중간점을 찾기 어려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생전 모습을 따라한다거나 하는 것은 한다고 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 그저 텍스트에 쓰여진 것에만 집중했다. 김운범이라는 인물 자체를 만들어내려 했다. 다가가기 보다 오히려 떨어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킹메이커'는 변성현 감독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전부터 시나리오를 썼던 작품. '불한당'을 함께 할 당시에도 설경구는 '킹메이커'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불한당'에서 쌓은 신뢰가 '킹메이커'까지 이어진 셈이다. 다만 최초의 시나리오 속 캐릭터의 이름은 김운범이 아닌, 실존 인물의 이름이 그대로 쓰여져 있었던 터라 설경구는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기 위해 감독에게 이름 변경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설경구는 "이름 하나로 마음의 짐을 덜게 됐다"며 미소 짓더니 "인물에 다양한 부분을 신경 썼지만 목포 사투리는 애초 모든 대사를 사투리로 표현하려 했지만 느낌만 갖고 가면서 걷어내기로 결정했다. 연설 장면은 내가 그런 연설을 해본 적인 단 한 번도 없어서 난감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잡아갔다. 당시 영상은 많이 없어 우리 영화에 실질적으로 차용된 연설문의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선균은 승리를 위해 누구도 상상 못할 기발하고 치밀한 전략을 펼치는 선거 전략가 서창대로 분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을 믿고 따르지만,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하여 김운범의 신념과 부딪히게 되는 서창대의 면면을 그려냈다. 유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서창대의 개인적인 딜레마와 드라마틱한 서사까지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그려낸 이선균이다. 김운범의 서창대는 그림자가 되지만, 선균의 서창대는 세상 밖으로 나와 누군가의 거울이 된다.

이선균은 "대부분의 캐릭터가 모티브가 있는 롤이지만, 나는 정보가 없는 역할이었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했고, 내가 의견도 많이 냈다. 상상력도 더해 연기했다"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왜 앞에 나서지 못하고 그림자 역할로만 있어야 했는지다. 그 당위성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며 "영화에서 다양한 수식어로 표현되는데 서창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도 그림자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감독과 배우들은 의도하지 않았을지언정, 배급사는 어느 정도 계산기를 두드린 개봉 일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미루고 미루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적절한 타이밍을 찾았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이 다시금 심각세를 띄고 있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치솟고 있는 분위기에 "마냥 좋다" 할 수는 없지만 '킹메이커'의 개봉 후 반향과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에 설경구는 "영화를 만든 목적이 애초 특정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함은 아니었다. 보는 분들에 따라 하나씩 생각하게 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외피는 정치 이야기를 갖고 있어 부담스럽지만 믿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고, 이선균 역시 "고증을 위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 영화라는 느낌을 갖고 참여하지도 않았다. 시대적 상황에 따른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개봉 시기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데, 우리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을까가 더 고민이다. 선거를 치르는 마음이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변성현 감독은 "부담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안 가지려고 한다. 개봉 시기는 의도된 것은 아니어서"라며 "정치에 대한 거리감이 있어도, 시대적 배경을 몰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좋은 응원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2021년 영화계 유종의 미를 거두며 2022년 스크린 포문을 동시에 열 '킹메이커'는 29일 개봉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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