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新안보시대 대한민국 '필살기'는 무엇인가

2021. 12.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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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미래전략팀장·연구위원
조용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미래전략팀장·연구위원

국가위기 상황이 일상화된 오늘날, 이제는 한국에서도 '기술안보' '경제안보' 심지어 '신(新)안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각 부처와 민간에서 해당 주제의 포럼들을 경쟁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이러한 반증이라 하겠다. 소위 '미·중 기술 패권경쟁'이 심화·가속화되면서 자유무역주의에 의한 국가 간 상호의존적 GVC(글로벌 산업가치사슬)의 교란과 붕괴가 일어나고 있고,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는 2019년 한·일 무역분쟁을 경험했고 2020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충격을 체험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각각 '산업기술안보'와 '생명보건안보'라고 명명한 바 있다. 산업계·의료계와 정부는 많은 노력을 하였고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와 희생, 인내를 통해 이러한 국가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성주의보다는 민족주의와 감성에 휘둘리는 한계도 노정되어 왔다.

국제정치에서 많은 사건들이 의외로 지도자들의 미묘한 감정에 의해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의사결정이 있기까지 기술·산업정보, 특허·표준 등 지식재산 정보의 수집·분석 역량과 지력 수준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쟁력이다. 각계 과학자와 전문가, 국가싱크탱크들의 다학제적 의견을 항상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성과 과학을 신뢰하고 지성 집단들의 생산적 논의를 위한 공론화의 장이 상시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집단 지식과 지성,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어떠한 부분이 우리에게 급소(choke point)이고 '필살기'인지를 사전에 진단·분석하지 않는다면, 외부로부터의 우발적 계획적 충격이 발생할 때 국가안보는 사활적(vital)·결정적(critical) 이익 수준에서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기술적 난이도-경제적 가치-대체불가능성을 요건으로 하는 '전략목적기술(CPT:Core-strategic Purpose Technology, 일명 급소기술)'을 평소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관점은 기술적 난이도나 경제적 가치가 낮다 하더라도 외부로부터의 우발적 계획적 국가충격 발생 시 당장 대체불가능한 기술이나 품목, 즉 급소영역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즉, 국가생존과 안보와 직결되는 기술·품목 관리가 필수적이다. 대체불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입의존도의 분산과 속도감 있는 부족 예상 품목의 수급이 관건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술주권' '국가전략기술' '전략적자율성' '전략적불가결성'과 같이 국가안보를 중심에 둔 개념들에 의해 자국 상황을 진단하고 경제-안보 일체화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구호로서만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과 냉철한 현실인식, 자기반성에 바탕을 둔 구체적 실천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전략목적 기술 분야에 특화된 R&D 프로세스의 재편과 함께 산업기술안보에 초점을 맞춘 관련 법제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해양세력 중심의 국제 안보동맹과 한·미·일 공조에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외교적 노력 및 동향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신안보시대,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한국에 찾아올 것이다. 미중 간 경쟁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결말을 맞을지,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지도 미지수이다. 이 와중에서 특정품목 수급부족 사태가 도미노처럼 밀어닥치는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갈 길은 먼데 선택을 위한 시간은 너무 짧은' 일모도원(日暮途遠)의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 대비·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가? 조급한 마음이 들수록 감정과 정치적 구호보다는 냉철한 이성과 과학적 사고를 가지고 우리의 급소와 필살기를 파악하고 현주소를 진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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