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CPTPP, 보호무역 돌파구 열기를

박정일 2021. 12.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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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우리 정부가 글로벌 '깐부'(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뜻하는 속어)에 들어가는 논의를 드디어 시작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3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힌 것이다.

CPTPP란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11개 국가가 2018년 말 출범시킨 다자간 FTA(자유무역협정)다. 지난 10월 중국과 대만이 가입을 신청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CPTPP 미래와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CPTPP 참여 11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GDP의 12.8%인 11조2000억 달러, 무역 규모는 전세계 무역액의 15.2%인 5조7000억 달러에 각각 이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소위 '깐부 쇼어링'으로 재편될 것인 만큼, CPTPP와 같은 다자간 자유무역 동맹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중간재 가공 중심인 우리 제조업 경제 상황을 볼 때, 동맹국은 많을수록 좋다.

특히 수출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다변화는 우리 경제 성장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 시장을 보유한 중국의 잠재력을 고려했을 때, 미국은 지금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미국의 위기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자급화를 목표로 하는 것 역시 더 이상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는 소위 '중화'(中華, 세계의 중심)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론적으로 '무역전쟁'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한 양국의 경제 패권 다툼은 한 쪽이 항복 선언을 하지 않는 한 누구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풀어본 2022 통상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 주목해야 할 통상 이슈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편 가르기 본격화, 미·중의 '관리된 전략경쟁' 장기화, 자국 내 조치의 일방적인 초국경적 적용 확대 등을 내년 주요 통상 키워드로 소개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25.9%)과 미국(14.5%)의 비중은 40%가 넘는다. 이런 가운데 양국은 소위 자기네 국가와 '깐부'를 맺자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첨단장비 도입을 반대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앞으로 이 같은 일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메모리반도체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나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해당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체할 만한 경쟁국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반도체 안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중동에서도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물론 CPTPP 가입이 결정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폐해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PTPP 협정 내용은 농수산물과 공산품의 역내 관세 철폐,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등이 골자다. 특히 과거 한·미 FTA 당시 '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같은 국론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여러 차례의 FTA를 겪으면서 경쟁력을 키워왔고, 이제 역으로 'K-푸드'라는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낼 만큼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세 농축수산 분야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버티기용 지원금보다는 스마트팜 지원 등 지속가능한 농업 산업을 만들기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또 영세 농민과 식품가공 대기업 간의 상생 협력도 정부가 세제혜택 등으로 적극적으로 주선해 줄 것을 조언한다.

코로나19 이후 통상 환경은 급변했고,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찌됐든 수출 없이 경제 성장은 어렵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최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는 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시민에게 설득해야 한다. 미국, 중국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K-제조업'이 '깐부'를 맺을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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