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지표, 지금은 숙성의 시간

한겨레 2021. 12. 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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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는 효과를 기대하며 광고를 집행한다.

정부광고 지표에서 미디어의 효과성과 신뢰성 요인을 핵심 지표로 설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청년 스타트업 사업을 올드 미디어에만 광고하면 효과가 있을까? 독거노인 지원 사업을 에스엔에스(SNS)에만 홍보하면 세금이 잘 집행되는 것일까? 만약 정부가 효과성(열독률, 우선지원대상사)과 신뢰성(언론중재, 자율심의, 편집독자위원회)의 세부 지표마다 비율을 정해줬다면, 언론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비판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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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병희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광고주는 효과를 기대하며 광고를 집행한다. 교과서의 첫 장에 나오는 광고의 기본 원칙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광고 지표 개선에 대한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하고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 논란이 분분한 듯하다. 정부광고 지표에서 미디어의 효과성과 신뢰성 요인을 핵심 지표로 설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다만 정부에서 두 요인의 비율을 정해주지 않고, 광고주 형편에 따라 자율 조정하게 한 데 대해 비판의 여지가 있다. 광고주가 특정 매체에 유리하게 비율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 내용일 터다.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광고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며 확증 편향에 가까운 주장이다. 광고주들은 살림 규모에 따라 속사정이 다르고 광고 목적도 다르다. 광고 내용에 따라서도 매체의 효과가 달라진다. 청년 스타트업 사업을 올드 미디어에만 광고하면 효과가 있을까? 독거노인 지원 사업을 에스엔에스(SNS)에만 홍보하면 세금이 잘 집행되는 것일까? 만약 정부가 효과성(열독률, 우선지원대상사)과 신뢰성(언론중재, 자율심의, 편집독자위원회)의 세부 지표마다 비율을 정해줬다면, 언론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비판했으리라. 새 지표는 광고주의 여건에 따라 효과 위주로 자율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광고주가 일부에 100%를, 나머지에 0%를 할당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정부 광고주가 있을까? 곳곳에서 행정 감시를 받는 상황에서 그렇게 시도할 곳은 없으리라.

광고 목적에 따라 매체를 선택하는 것이 미디어 플래닝의 핵심 요체다. 광고비란 대충 나눠주는 게 아니라, 매체의 효과성에 따라 ‘집행하는’ 금액이다. 매체 선정 지표에 따라 광고비를 집행할 때 광고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다. 광고 효과를 투입(광고비), 산출(노출 빈도), 성과(수용자의 태도 변화)의 차원에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효과성을 따질 때 투입보다 산출을, 산출보다 성과를 중시한다. 에이비시(ABC) 발행부수는 생산자 관점의 산출 개념이었다면, 소비자 관점의 지표인 이용률은 한층 진일보한 개념으로 국외나 민간에서 이미 광고 효과 측정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인식과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성과 개념이 궁극적인 광고 효과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광고 지표가 광고의 종합적인 영향력을 설명할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복잡다단한 미디어 생태계를 고려해 합리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새 정부광고 지표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광고물의 매체별 안배를 고려하지 않고, 광고 효과를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몇 걸음 앞서간 개선안이다. 모든 개선안은 늘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적용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난다면 더 탄탄하게 깁고 꿰매야 한다. 시행도 해보기 전에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면 다시 몇 걸음 뒤로 되돌아가게 된다. 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맛을 낸다고 하듯, 정부광고 지표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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