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뱀이 무대 습격..K팝 진화 이끄는 MAMA

박대의 2021. 12. 13.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R·XR 등 IT 기술 활용해
비대면 시청자 만족도 높여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 거대한 뱀이 에스파 멤버들을 에워싸는 모습이 확장현실(XR)로 구현됐다. [사진 제공 = CJ ENM]
지난 11일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시청자들은 예상 못한 방송 사고를 목격했다. 시상에 나선 하하의 마이크에서 잡음이 나오더니 무대 위를 꾸미고 있던 장식이 사라지고 노이즈로 가득한 화면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해커에게 점령당한 듯 알 수 없는 오류로 가득한 화면들은 깨져 파편으로 흩어지더니 무대 위를 덮어버렸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 시상식에서 벌어진 이 사고는 걸그룹 '에스파'의 등장을 알리기 위해 의도한 연출이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멤버가 가상 세계 속 또 다른 자아와 소통한다는 이야기로 활동하는 이 그룹의 콘셉트를 반영한 '예기한 사고'였다.

인기곡 'Next Level' 무대가 끝날 때까지 무대 위를 부유하던 파편들은 사라지고, 암전된 무대를 밝히며 등장한 건 거대한 뱀 '블랙맘바'였다. 에스파가 가상 세계 속 멤버들과 교감하는 것을 방해하는 블랙맘바는 마치 그들을 감시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무대 곳곳을 누볐다.

무대는 에스파의 가상 멤버 '아이 에스파(æ-aespa)'가 등장하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가상 멤버들은 'Savage'의 군무를 펼치며 머리 위 블랙맘바를 경계하는 인간 멤버들을 호위하듯 에워싸며 등장했다. 인간 멤버들과 같은 동작을 선보이는 가상 멤버들의 움직임에 관객의 호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이날 무대는 대면으로 이뤄졌지만 현장에 있던 관중 450여 명의 눈에 파편과 뱀, 가상 멤버는 보이지 않았다. 철저히 TV와 모바일 시청자에게 특화된 특수 효과였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에스파가 관객을 앞에 두고 공연을 펼친 것은 이날 무대가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지난 1년간 텅 빈 관중석을 앞에 두고 시청자들에게 춤과 노래를 선사해온 그들은 가상 멤버들과의 합동 공연으로 첫 대면 공연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여자 그룹' 등 2개 부문을 수상한 에스파는 "MAMA에 저희가 다 같이 나온 것이 처음이라 떨린다"며 "내년에는 더 멋지고 또 새로운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말했다.

올해 23회째를 맞으며 국내 최대 음악 시상식으로 자리 잡은 MAMA는 해를 거듭할 수록 최신 정보기술(IT)을 적용한 다양한 무대 연출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비대면 공연의 일상화로 온라인 방청객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이에 맞는 다양한 연출을 IT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전 세계 K팝의 관심이 가수와 노래에 이어 무대 연출로 이어지면서 '미래형 공연'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드러났다.

MAMA를 주관하는 엠넷은 지난해 시상식부터 무대 연출에 첨단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역대 첫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된 지난해 시상식에서 증강현실(AR)과 확장현실(XR)을 활용한 무대 연출이 호응을 얻으며 올해 이를 확대 적용했다. 엠넷은 작년 시상식에 어깨 부상으로 불참한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를 360도로 촬영해 구현하는 '볼류메트릭' 기술로 무대에 세우며 호평받았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에스파에 이어 NCT 127 'Favorite(Vampire)' 무대에서 현재와 미래의 광화문을 XR로 재현한 배경을 선보이며 화려함을 더했고, NCT DREAM의 '맛(Hot Sauce)' 무대에서도 거대한 핫소스 병 속에서 멤버들이 등장하는 연출로 재미를 더했다. 해체 후 3년 만에 재결합한 워너원의 '봄바람' 무대에서는 야광봉을 흔드는 팬들 위로 벚꽃이 흩날리는 연출이 펼쳐졌다. 스트레이키즈의 '소리꾼'에서는 침공하려는 듯한 우주선을 무대 위로 띄우며 멤버들의 카리스마를 부각했다.

시각 효과와 함께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한 청각적 효과도 마련됐다. 행사 전 미리 녹음한 국내외 팬들의 함성 소리를 받아 시상식 진행에 맞춰 재생했다. 2년 만에 대면 개최를 결정했지만 방역 수칙에 따라 관객이 떼를 지어 노래 부르거나 함성을 지를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파주 = 박대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