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청률 2.7%로는 재단할 수 없는 '구경이'의 파격 실험정신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12. 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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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가 종영했다.

그런 점에서 '구경이'는 여타의 드라마들과 비교해 신선하고 파격적인 실험작이었다.

'구경이'는 역시 시청률이 아쉽지만, 그래도 시청률 적당히 나오는 뻔한 드라마보다는 더 큰 성취를 가진 드라마로 기억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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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김혜준의 재발견, 성초이 작가·이정흠 감독의 매력('구경이')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가 종영했다. 최고 시청률은 2.7%(닐슨 코리아). 아쉬운 성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시청률이 나온 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져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독특하고 다소 낯선 시도들이 만든 결과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구경이'는 여타의 드라마들과 비교해 신선하고 파격적인 실험작이었다.

먼저 이야기 구조가 독특하다. 보통의 살인범과 살인범을 추격하는 인물들 간의 대결구도는 단순한 선악구도로 세워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경이'에 등장하는 살인범 케이(김혜준)와 그를 추격하는 구경이(이영애)는 서로 치열한 두뇌싸움을 하고는 있지만 어딘가 닮았고 때로는 어떤 공감대를 갖고 있는 듯한 인물들이었다.

그렇게 된 건 케이가 처단하는 이들이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구경이를 도와 케이를 추격하는 경수(조현철)가 말하듯 "그런 인간들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낫지 않냐"고 할 정도로 공분을 일으키는 인물들이 바로 그들이다. 게다가 그 인물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봐온 범죄자들로 케이의 처단에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하는 인물들이다.

구경이는 그래서 그 죽어 마땅한 인간들에 대한 케이의 무자비한 처단을 이해하면서도, 살인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탐정이다. 그래서 케이와 대결하면서도 그의 입장에 동조하는 느낌을 주고, 때론 연민의 시선으로 그를 끌어 안아주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구경이'가 이 대결을 통해 담는 건 두 사람 중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이 대결 바깥에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갖가지 폭력들을 폭로하는 일이다.

이러한 독특한 이야기 설정을 가져오면서 가장 중요해진 건 캐릭터다. 어른이지만 어른 같지 않고, 탐정이지만 어딘가 폐인 같은 구경이 캐릭터가 그렇고, 살벌하고 섬뜩한 살인자지만 어찌 보면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케이 캐릭터가 그렇다. '구경이' 같은 실험작이 가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적은 그래서 아낌없이 망가지는 연기를 불사하며 우아함의 대명사였던 그 이미지를 깨버린 이영애와, 극 전체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막강한 연기 가능성을 보여준 김혜준에 있다. 두 사람의 팽팽한 대결구도 위에, 김해숙, 곽선영, 조현철, 정석용, 백성철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드라마는 단단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연기만큼 '구경이'의 시도를 참신하게 해준 건 독특한 캐릭터들과 반전 가득한 스토리를 구현해낸 성초이 작가와, 이를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발랄하게 표현해낸 이정흠 감독이다. 특히 이정흠 감독은 '구경이'만의 특별한 톤 앤 매너를 통해 이 낯선 도전에 즐겁게 동승하게 해주었다. 차기작이 기대될 만큼.

'구경이'는 역시 시청률이 아쉽지만, 그래도 시청률 적당히 나오는 뻔한 드라마보다는 더 큰 성취를 가진 드라마로 기억될 듯싶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보석 같은 배우들과 작가, 감독이 발견되었다는 건 무엇보다 큰 성과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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