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과 '구경이', 같은 종방 그리고 다른 성취 [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1. 12.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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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지난 12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지리산’의 포스터. 사진 tvN


지난 12일 각각 tvN과 JTBC의 올해 마지막 주말극이 될 작품들이 막을 내렸다. 150억을 넘어 300억원대의 대작으로 불리며 하반기 최고의 작품이 예상됐던 tvN ‘지리산’과 이영애의 4년 만에 안방컴백으로 화제가 된 JTBC ‘구경이’였다. 두 작품은 같은 날 종방을 했다는 점과 더불어 여러가지로 닮은꼴의 드라마였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이 반드시 비슷한 성취를 할 수는 없다. 두 작품이 남긴 여운은 확실히 달랐다.

기본적으로 ‘지리산’과 ‘구경이’는 추리극이다. ‘지리산’은 지리산국립공원을 배경으로 인명을 구조하는 레인저들을 중심으로 사고를 위장한 살인을 일삼는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구경이’ 역시 탐정인 구경이(이영애)가 사고로 위장해 ‘나쁜 사람들’을 제거하는 살인마 케이(김혜준)를 추적한다.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다. ‘지리산’은 끝까지 범인의 실체를 감춘다. 덕분에 수많은 극중 인물들이 용의선상에 오고간다. 초반에는 레인저들의 대장인 조대진(성동일)이 유력했다가 다시 정구영(오정세)이 오른다. 또 나중에는 김웅순(전석호)이 후보였다 결국 최종 범인이 드러난다. 반면에 ‘구경이’는 1회부터 진범이 등장한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케이와의 추격을 통해 다른 듯 닮은 구경이와 송이경(김혜준)의 관계성에 집중한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구경이’의 주요 장면. 사진 JTBC


전자의 방식은 지금까지 수많은 추리극에서 썼던 얼개다. 하지만 ‘지리산’의 패착은 유력한 후보자들을 이른바 ‘미끼’로 불리는 맥거핀으로 너무 자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범인과 추적자 외에 많은 캐릭터의 서사가 드러났고 결국 시청자들을 지치게 했다. 어렵게 드러난 진범의 처단과정도 산사태로 처리되며 허무함을 줬다. 심지어 진범에게 위기에 빠졌던 서이강(전지현)에게는 산사태가 피해가며 실소를 자아낸다.

안 그래도 복잡다단한 용의자를 찾는 과정에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오가는 구성 그리고 지리산 특유의 영험함을 보이려는 강현조(주지훈)의 ‘생령’ 설정 등 ‘지리산’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마지막회는 그 백미로 뇌사 직전까지 갔던 강현조와 하반신 마비로 극을 내내 보낸 서이강이 부활해 정상에서 만나는 기적으로 수렴된다. 장르물의 대가로 여겨지던 김은희 작가의 선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반면 ‘구경이’는 달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는 것만 빼고는 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신예 성초이 작가가 대본을 썼다. 추리물에서 1회부터 진범을 등장시키는 것은 굉장한 패기다. 추리물에서 가장 중요한 극의 동력을 처음부터 배제하고 출발한 것이다. 그 안은 ‘케이는 왜 살인을 저지를까’ ‘과연 죽어 마땅한 사람은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채웠다.

하지만 이러한 물음은 마냥 딱딱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선악을 겸비한 묘한 분위기의 용국장(김해숙), 현실과 타협하려 하지만 정의감은 남은 나제희(곽선영), 어리바리하지만 충실한 수사관이 된 오경수(조현철), 문자로만 외부와 소통하는 미스터리한 산타(백성철) 캐릭터 등 다른 드라마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그 간극을 메웠다. 작가의 독특한 설정과 세계관, 이를 이해하고 비록 마이너하지만 그 정서를 따라간 배우들 거기에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비주류 감성을 적극 도입한 이정흠 감독의 연출도 도드라졌다.

물론 시청률 면에서는 ‘지리산’이 크게 압도했다. 마지막회까지 9%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구경이’는 2%에 그쳤다. 하지만 이미 시청률 자체가 드라마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지는 시간이 꽤 경과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회까지 드라마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여운을 줬는지에 대한 문제다.

혼란의 ‘지리산’은 결국 시청자를 극중 검은다리골에 가둔 것처럼 미로에 빠뜨렸고, ‘구경이’는 결국 나름의 서사를 부여하면서 의미있는 종결에 성공했다. 김은희·전지현의 드라마와 이영애·성초이의 드라마, 태생부터 다른 체급에도 불구하고 그 평가는 거꾸로다. ‘지리산’과 ‘구경이’의 종방은 각각 2021년 드라마의 혼란과 작은 가능성을 각각 상징하는 이름으로 시청자의 기억에 남게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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