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위기', 사람 살리는 일이 먼저다

한겨레 2021. 12. 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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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기도 아니고 2년이 다 되어가는데 병상이 부족하다니, 모두 황당한 심정일 것이다.

먼저 병상과 인력 등 의료 자원이 많은 곳은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하는 것처럼 대형병원 눈치보기식 1~3% 수준의 병상 동원 명령으로는 코로나 중환자 치료도 불가능할뿐더러, 정부가 호언한 '일일 확진자 만명 수준에서 관리'가 가능할 수 없다.

정부는 명령서에 서명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의료 현장을 방문하고 병상 동원을 위한 의료인력 직접 고용과 재정 지원 약속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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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지난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의 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분주한 모습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 병원은 지난 1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추가 지정돼, 모든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코로나19 초기도 아니고 2년이 다 되어가는데 병상이 부족하다니, 모두 황당한 심정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그간 충분한 의료대응 역량을 확보하지 않았다. 이른바 케이(K)-방역 성공에 기대어 땜질식 의료대응을 해왔을 뿐이다. 병상 동원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없어, 확진자 수가 증가해 병상이 간당간당하면 그때마다 공공병원을 더 동원했다. 그조차 한계에 부딪히면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발동해 1%, 1.5%, 3% 이런 식의 ‘찔끔 (치료병상) 동원’만 거듭해왔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자 이제 병상이 부족하고 사망률이 치솟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파국을 막으려면, 사람들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총체적인 의료체계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병상과 인력 등 의료 자원이 많은 곳은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형병원들이 중환자 병상만 제한적으로 내놓는 게 아니라 일반 치료병상의 15~20% 정도를 코로나 환자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동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 대신 미룰 수 있는 관절수술이나 각종 검사 등 대형병원의 비응급, 비중증 치료는 지역사회 의료기관으로 넘겨주고 상당수 외래환자도 1차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돈벌이 목적의 의료는 당분간 멈추고, 후순위로 미룰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최소 자원 투입으로 이뤄지도록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가 하는 것처럼 대형병원 눈치보기식 1~3% 수준의 병상 동원 명령으로는 코로나 중환자 치료도 불가능할뿐더러, 정부가 호언한 ‘일일 확진자 만명 수준에서 관리’가 가능할 수 없다. 지역 전담병원도 중등도 환자 치료만 대체로 가능하므로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코로나는 잠시 지나가는 메르스가 아니라, 변이를 거듭하는 팬데믹으로 어떤 양상을 보일지 알 수 없고 언제 종료될지도 미지수다.

분절적인 의료대응으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위중증 치료가 끝나면 코로나19 환자를 공공의료원으로 옮기는 방식도 중단해야 한다. 대학병원급 의사들이 더 많이 코로나 중환자 진료에 참여하고, 비응급질환 전문의들이 가능한 범위까지 진료를 넓혀 이를 메꿔야 한다. 코로나 환자 진료와 여타 진료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을 상정해 점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미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은 모든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만 치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공공의료원들은 애초에 중환자 진료를 할 충분한 장비도 인력도 자원도 없었는데 말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러한 긴급 의료대응 체계를 집행하기에 앞서 비응급 수술이나 검사 등의 연기를 감내해야 하는 국민들에게 현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정치’에 나서야 한다. 실제 대형병원들에 대한 치료병상 동원 행정명령이 내려진 지 한달이 지났지만 동원된 병상은 목표치의 50%도 되지 않는다. 정부는 명령서에 서명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의료 현장을 방문하고 병상 동원을 위한 의료인력 직접 고용과 재정 지원 약속을 해야 한다. 병원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병상 인력기준을 코로나 진료부터 즉각 적용하고, 충분한 인력을 교육·양성해 현장에 파견해야 한다.

지금은 병원을 지켜야 할 상황이 아니고 병원이 사회를 지키기 위해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들이 병상을 기다리다 죽고 있고, 제때 인공호흡기를 달지 못해 죽고 있다. 이게 전쟁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 스페인은 팬데믹 초기부터 민간 병상을 한시적으로 국유화해 운용했다. 그간 정부가 공공병원을 확충하지 못했으면, 민간병원이라도 사력으로 동원해야 하지 않는가?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호는 사람부터 살리고서야 가능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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