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6>중3 학생과 진로

신혜권 2021. 12. 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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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면 하는 일 없이 매일 영화만 본다는데 가정학습을 신청해야 하나요?'

어느 한 지역의 학부모 온라인 모임 사이트인 맘카페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자녀가 중학교 3학년생인데 11월 기말고사가 끝난 후 학교에 가도 이렇다 할 수업을 하지 않는다면서 굳이 학교에 보내야 하느냐며 가정학습신청서를 내고 집에서 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수업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전면 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의 질 한계를 극복하고 가정 부담도 줄이자는 취지다. 그러면 현재 중학교 3학년 교실 현장은 어떨까.

중3 학생은 기말고사가 끝나면서 수업 진도가 마무리됐다. 고입원서 접수도 완료했다. 이렇다 보니 학교 수업은 영화를 보여 주거나 만들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 시간을 아까워한다는 것이다. 자율 학습은 그나마 학생들이 반기는 상황이다.

모든 학교가 그렇진 않겠지만 상당수 학교의 중3 교실에는 학생이 없다. 정원이 30여명인 한 반에서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등교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가정학습으로 등교하지 않는다. 가정학습을 원하는 학생은 계속 늘어 간다. 코로나19로 가정학습 사용 기간은 57일로 늘어났다.

가정학습 신청이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만은 아니다. 상당수의 학부모는 학교에 가도 이렇다 할 수업을 하지 않으니 학원 수업에 더 집중시키겠다는 생각이다. 학교에는 가지 않지만 학원에는 여전히 하루 몇 군데 다닌다. 학교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고등학교 공부를 먼저 시작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이미 중3 학생들은 대입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이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앞으로 3년 동안 입시 경쟁에 내몰린다.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이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진로를 깊이 있게 생각할 여력이 없다. 어떤 직업을, 어떤 전공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시간도 없다. 학생들은 이렇게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요즘 자기 적성과 전공이 맞지 않아 자퇴하는 대학생이 많다. 대학을 졸업해도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모두 자기 진로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3 마지막 수업을 학생들에게 자기 진로를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도록 하면 어떨까. 입시 경쟁에 본격 뛰어들기 전에 다양한 멘토링을 통해서 자기 진로를 고민하면 입시 공부를 하는데 좀 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왜 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영화를 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진로 멘토링으로 다양한 직업 종류와 역할을 알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업체에서 일하더라도 게임 개발자·기획자·디자이너·마케터 등 다양한 직업과 역할이 있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반드시 게이머가 되지 않아도 된다. 게임을 기획하거나 만드는 사람이 돼도 좋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축구선수가 될 필요도 없다. 축구계에서 마케터, 스카우터, 통역사, 데이터 분석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과 역할을 수행하며 일할 수 있다. 좋아하는 영역에서 다양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대학 전공 분야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는 본인이 아는 전공 외 다른 전공을 알고 있지 못한다. 인문·사회과학·공학·자연과학 전공은 물론 새롭게 마련된 융·복합 전공까지 다양한 전공별 공부 영역과 진출 분야 등을 알게 해 준다면 향후 전공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진로 멘토링 수업을 위해 학교 입장에서는 수업 콘텐츠와 강사 확보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교육 당국이 해결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진로 콘텐츠를 개발, 전국 학교에 공급해야 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협회·단체·대학과 협력하면 실질적인 진로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 진로 전문 교육기업과 협력해 중3 학생을 위한 진로 콘텐츠 개발도 방법이다.

이제 와서 당장 올해 중3 학생에게 진로 멘토링 수업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교육 당국과 학교가 논의해서 더 이상 무의미하게 보내는 중3 마지막 수업 시간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교육 당국과 학교는 가정학습신청서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학생들을 고려해야 한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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