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분석관들에게 물었다.. 양효진 연타, 대체 왜 못 막죠?

강주형 2021. 12. 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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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센터 양효진(32)의 공격성공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3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양효진은 센터 포지션인데도 오픈 공격 리그 1위(54.4%)로, 2위 모마(GS칼텍스ㆍ43.5%)를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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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센터 양효진이 지난 3일 수원 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KOVO 제공

“모든 구단이 노력하는데 15년째 못 막고 있지 않나.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 (A구단 전력분석관)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32)의 공격성공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3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양효진은 센터 포지션인데도 오픈 공격 리그 1위(54.4%)로, 2위 모마(GS칼텍스ㆍ43.5%)를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센터 블로커가 공격수들과 오픈 공격 성공률을 겨룬다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속공 1위(57.3%), 시간차 4위(54.8%)는 덤으로 생각될 정도다. 시즌 공격성공률은 55.4%(점유율 17.1%)인데 기준 점유율(20%)만 넘기면 이 부문 리그 1위 모마(45.8%)를 훌쩍 앞선다. 양효진의 활약과 함께 현대건설은 개막 12연승을 포함해 리그 1위(13승 1패)를 독주 중이고, 양효진도 2라운드 MVP에 올랐다.

배구팬들이 볼 때도 이 수치들을 선뜻 이해하긴 쉽지 않다. 외국인 선수들의 코트를 쪼갤 듯한 강타는 잘 막아내면서 코트에 툭 떨어지는 양효진의 힘없는 연타를 대체 왜 못 막는 걸까?

현대건설 양효진(오른쪽)이 7일 김천 도로공사전에서 압도적인 높이를 선보이며 공격하고 있다. KOVO 제공

여자배구 구단 전력분석관들은 가장 먼저 ‘높이’를 꼽았다. 신장이 190㎝로 큰 데다 점프와 팔길이까지 고려하면 리그 최고다. A구단 분석관은 “수비의 기본 공식은 공격수가 선호하는 공격로를 블로킹으로 막고 나머지는 수비로 커버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양효진의 공격은 우리 팀 블로킹 위에서 시작된다. 공격 각도가 위력적인 데다 공격로가 너무 다양해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B구단 분석관도 “김세영(전 흥국생명)이 은퇴한 후로는 V리그에 양효진만큼의 높이를 가진 센터는 없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공격 옵션과 구질도 공격성공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C구단 분석관은 “야구로 따지면 변화구가 다양한 ‘팔색조’”라고 표현했다. 그는 “공격로는 보통 직선, 대각, 반대각 등 3군데가 정석이고 선수마다 성공률이 높은 코스는 많아야 2군데”라며 “하지만 양효진은 공격로 3군데뿐만 아니라 ‘길고 짧은 코스’에 푸싱과 연타, 페인트, 깎아 때리기 등 구질까지 다양하다”라고 했다.

상대 수비수의 약점도 활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D구단 분석관은 “L선수의 경우 언제든 빠르게 튀어나갈 수 있는 수비 자세를 취한다. 그래서 연타 수비율은 100%에 가깝지만 반대로 강타 수비력은 떨어진다”면서 “그런데 양효진은 L선수 쪽으로 공격할 땐 페인트를 넣지 않는다. 무조건 강타를 때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자료를 알고 있더라도 급박한 상황이 펼쳐지는 실제 경기에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양효진은 그것을 해 내는 선수"라고 했다.

현대건설 양효진(왼쪽 두 번째)이 팀 동료 황민경(오른쪽)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KOVO 제공

대부분의 분석관들은 무엇보다 ‘선수 본인의 꾸준한 노력과 연구’에 주목했다. B분석관은 “양효진과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나보다 더 많은 영상을 보면서 연구하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C분석관도 “본인이 어떻게 공격을 해서 성공을 했는지, 혹은 실패를 했는지를 경기 중에도 계속 연구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상대 수비진의 움직임을 살핀다”라고 양효진의 연구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좋은 팀 분위기를 꼽는 의견도 나왔다. C분석관은 “배구는 분위기에 특히 많이 좌우되는 스포츠”라며 “새 외국인 선수 및 주변 선수들의 실력 향상과 최근 연승 분위기까지 타면서 양효진의 공격을 막아내기가 더 까다로워졌다”라고 짚었다. 양효진 스스로도 최근 인터뷰에서 “나도 연구를 많이 하는데 한 경기 한 경기 해냈을 때 기분이 좋다”며 “운동선수로서 뭔가 실행해 보려고 했던 게 게임에서 잘 이뤄지면 기쁘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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