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망쳤다"..방역패스 의무화 첫날, '차별 논란'에 QR 오류까지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대학로 혜화역 인근의 한 찌개 음식점. 대학생들이 입구에서 휴대전화를 연신 흔들었으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카카오 QR코드가 표시되지 않았다. 이들은 "그냥 적고 들어가겠다"고 말했으나 업주 A씨(51)는 난처한 표정으로 "오늘부터 수기명부는 안된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가게로 향하던 손님을 바라보던 A씨는 "오늘 점심 장사는 망쳤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혜화역 대학로, 종각역 젊음의 거리와 중구 명동, 광진구 건대입구역·강남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식당·카페를 돌아본 결과 대부분 방역패스로 매출이 줄거나 부담이 늘었다며 입을 모았다. 방역패스를 제시하지 않은 손님의 출입을 거부하자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11시쯤부터는 QR코드가 먹통이 되면서 2차 접종을 마쳤음에도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도 눈에 띄었다.
유흥시설과 (코인)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 등 5종 외에도 △식당·카페와 △학원, △영화관△독서실△PC방△도서관 등 11종 시설에서 방역패스가 의무화됐다. 사업장은 수기명부가 허용되지 않으며 전자출입명부와 안심콜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위반시 이용자에게는 과태료 10만원, 사업주는 150만~300만원이 부과된다.
업주들은 위반 처벌이 가게에만 지나치게 가혹한데다 방역패스 적용이 번거로워 매출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스터디카페 특성상 대화·취식이 안 되고 타인과 접촉이 있지 않아 확진자 나온 건 못 봤다"라며 "그럼에도 QR체크할 휴대전화나 발열체크기·관리인력 등을 모두 업주가 강제부담해야 하는데 운영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QR코드 오류로 손님들과 혼선을 빚은 업주들 사이에서는 "자영업자들을 다 죽일 셈"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서울 관철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점심 손님이 5팀이나 왔는데 QR코드가 안 돼 할 수 없이 다 돌려보냈다"라며 "과태료는 그렇다치더라도 (그냥 입장시키면) 영업중단조치가 무서워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강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대책 마련도 안 돼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서는 방역패스 없이는 '강력한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 있다며 철저한 시행을 주문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사망자 급증·봉쇄를 막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과 방역패스가 차질 없이 시행돼야 한다"라며 "위기 상황 반전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방역대책을 강화할 수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자영업 단체의 반발에도 방역패스 확대 등 특별방역대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연일 신규 확진자가 5000~7000명대를 오가며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어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4~5명 이하로 모임 인원이 제한되고 밤 9~10시 이후 대다수 시설의 영업제한이 내려지는 등 방역패스보다 더욱 강한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영업 단체들은 단속을 철회하고 방역패스 도입으로 줄어든 매출에 대한 손실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방역 책임을 자영업자들에게 전가하는 대신 이용객들로 전환해 줄 것과 영업중단 등 위반 처벌 조치를 중단해 줄 것도 함께 요구했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는 "방역패스를 준수하기 어려운 형편에서 영업중단 등 가혹한 처벌은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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