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자상거래 현실 외면한 '졸속' 온플법 안 된다

배동주 기자 2021. 12. 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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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두려워졌다."

정부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의 반응이다.

온플법은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중소사업자의 절대군주로 군림하는 것을 막겠다는 데서 시작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플랫폼을 규제하면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졌고 빠르게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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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주 기자

“성장이 두려워졌다.”

정부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의 반응이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 상정은 불발됐으나 정부는 내년 초 임시국회를 통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처리로 가닥을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플랫폼 규제 현황을 물었고, 더불어민주당은 빠른 처리를 예고했다.

온플법은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중소사업자의 절대군주로 군림하는 것을 막겠다는 데서 시작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면서, 플랫폼을 규제하면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졌고 빠르게 추진됐다. 공정거래 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논의한지 6개월 만인 지난 1월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다.

문제는 적용 대상이다. 빠른 추진을 위해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이란 기준을 대규모유통업법에서 그대로 따왔다. 여기에 연간 거래액 1조원 이상을 더하면서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전자상거래 기업이 법안 적용을 받는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온라인 명품 쇼핑몰을 운용하는 스타트업 ‘발란’은 고가인 명품을 다루다 보니 월 거래액이 최근 약 1000억원이 됐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2015년 사업을 시작한 발란은 현재 적자 상태다.

법안이 초고속으로 추진되다 보니 업계는 “법안이 엉성하다”며 불만이다. 법안에는 수수료를 공개하고 상품의 노출 방식 및 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인 알고리즘까지 공개하라고 돼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사이에서 수수료는 영업 비밀로 꼽힌다. 또 상품이 어떻게 노출되는지를 판매자가 알게 되면 경쟁력 없는 상품이 인기 상품으로 대체돼 소비자 편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다른 나라도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지만, 기준은 훨씬 높다. 예를 들어 미국은 시가총액 6000억 달러(약 700조원),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5000만명 이상인 곳만 규제한다.

소비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플랫폼의 힘이 세진 것은 사실이다. 일부 플랫폼은 입맛대로 수수료를 인상해 소상공인을 더 어렵게 한다. 하지만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없는 규제는 성장 자체를 가로막을 수 있다.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관리 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도 있다. 유럽은 플랫폼 규제 입법에 4년을 썼다. 내년 초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서두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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